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가로 희망 범위 상단(30만 원)이 유력해졌다. 예상보다 저렴한 공모가 밴드에 기관 투자가들의 반응이 좋아 수요예측 흥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LG엔솔이 투자자들에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는 25만 7,000~30만 원. 공모가가 상단에서 결정되도 시가총액이 70조 2,000억 원에 불과해, 증권가에서 예상한 기업가치 100조 원에 비해 30% 가량 할인됐다.
실제 기관 투자가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국내 기관 투자가들이 한 주라도 주식을 더 받기 위해 의무보유확약 제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기관들도 사전 청약에서 LG엔솔에 러브콜을 보냈다는 전언이다.
◇ 높은 인기에도 공모가는 밴드 상단(30만 원) 유력
높은 인기에 공모가가 상단을 초과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당초 제시한 범위 내에서 공모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가 4대 그룹 중 하나인데다 이번 공모에서 다수의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 때문이다. 해외 기관은 우량주에 대해 정확한 공모가를 적지 않고 ‘백지수표(strike indication)’를 제시하며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백지수표의 의미에 대해 “희망 범위 내라면 어떤 가격으로 공모가가 결정되도 청약에 참여하겠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바꿔말하면 공모가를 상단에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당초 제시한 범위를 초과해 결정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따른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10년 사이 상장한 4대 그룹 계열사 9곳 중 SK디앤디와 현대오토에버만 희망 범위를 초과한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는데 두 회사는 외국계 주관사 없이 국내 증권사 중심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LG엔솔 공모가를 수요예측 전부터 30만 원으로 예상한다”며 “많은 기관들이 수요예측 참여는 확정한 채 의무보유확약을 얼마나 제시할지에 고민인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1억 뭉칫돈에 ‘7~9주’…150만 원 투자에도 ‘2주’ 기대감
공모가가 30만 원으로 정해지면, 1억 500만 원(700주)을 청약한 일반 투자자들은 몇 주의 공모주를 받을 수 있을까. 우선 비례 방식으로 5~6주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엔솔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가지고 있는 역대 최다 청약 증거금 기록(약 81조 원)을 넘어서 100조 원의 증거금을 모은다고 가정하면 단순 청약 경쟁률이 약 63대 1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균등 배정 방식으로 2~3주 가량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복 청약이 금지된 이후 가장 청약 건수가 많았던 카카오뱅크의 청약 건수는 약 186만 건. LG엔솔에 250만 건이 쏟아진다고 해도 균등배정방식으로 530만 주 이상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최소 2주는 받는 셈이다. 결국 1억 500억 원을 청약일인 18~19일부터 환불일인 21일까지 증권사에 맡겨 놓으면 7~9주 가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억 단위 뭉칫돈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최소 청약 단위(10주)만 청약해도 2~3주의 균등 배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엔솔의 청약 증거금율은 50%. 10주 청약을 위해선 150만 원이 필요하다. 단, 한 사람이 여러 증권사에서 중복 청약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청약 마지막 날인 19일 증권사 별 배정 물량 대비 청약 건수가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청약해야 한 주라도 더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
상장 이후 LG엔솔 주가는 어떻게 될까. 일부 공모주 투자자들은 LG엔솔이 적어도 SK하이닉스 급 시가총액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약 95조 원으로, LG엔솔의 주가가 41만 원까지 오르면 약 96조 원의 몸 값을 자랑하게 된다.
공모가 산정 결과·청약경쟁률·청약건수·주식시장 추세 등 여러 전제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부 공모주 투자자들의 전망 분석이 맞다면 19일부터 21일까지 1억 500만 원을 융통해 청약에 참여하면 80~90만 원의 수익을, 150만 원을 청약하면 20만 원 가량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