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국가배상 예산 1,000억원 이상 삭감…결국 예비비로 돌려막기 불가피

세월호 소송 등 2,500억 필요 예상

방역지출 늘어 재원 여유 없어

경기도 과천 법무부/연합뉴스경기도 과천 법무부/연합뉴스




정부 잘못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국가배상금이 올해 2,500억원 가까이 필요하지만 관련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대폭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000억원이 넘는 국가배상금을 세계잉여금, 예비비 등으로 돌려 막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방역지원금 지출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기타 예산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2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2022년도 국가배상금 예산은 전년과 같은 1,500억원이 편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가 당초 요구한 액수보다 1,000억원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국가배상법에 따라 정부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 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들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닌다.



정부는 국가배상금 재판 진행상황, 연간 패소율, 연평균 배상액, 지연이자 등을 감안해 예산을 편성한다. 이에 따른 집행액은 2019년 1,554억원, 2020년 732억원, 지난해 9월말 기준 1,088억원으로 1,000억원 안팎 규모를 기록했다. 법무부가 예년 집행액을 크게 웃도는 2,500억원의 예산안을 요구한 이유는 올해 고액의 국가배상금 지급이 예상되는 소송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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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배상액 규모가 큰 사건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국가배상 소송이다. 2015년 3월 시행된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배·보상금을 신청한 유족들 중 일부는 배상을 받았다. 하지만 상당수는 이를 거부하고 ‘구조 과실’ 등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유족 355명이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국가와 청해진해운이 함께 총 72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는 현재 계류 중인 사건 6건에서 지연이자 398억원을 포함해 올해 총 1,030억원의 배상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봉은사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600억원이 넘는 배상액이 예상됐다. 봉은사는 1950년대 이뤄진 농지개혁사업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서류조작으로 강남땅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관련 소송의 지급 배상액을 1,0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9월 1심 재판부가 국가의 책임을 70%로 제한, 지연이자를 포함해 63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구로농지 사건에서는 7개의 소송에서 총 153억원 규모의 배상액이 지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08년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농민들이 빼앗긴 농지 30만평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 포기 강요 행위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유족들은 2013~2017년까지 농지 소유권 침해를 이유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이외 나머지 일반 사건에서의 배상액을 약 678억원으로 산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봉은사 소송의 배상액이 예상보다 낮은 액수로 인정된 점을 들어 2,500억원에서 300억원 줄어든 2,200억원을 권고했다. 하지만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700억원이 감액됐다. 코로나19 확산 관련 예산이 늘어나면서 다른 사업들의 예산 조정이 이뤄졌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가배상금 예산은 국회에서 코로나19 관련 국가적 재난 상황에 우선순위를 두는 등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해 감액 편성됐다”며 “현재 편성된 배상금으로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세계잉여금, 예비비 등을 추가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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