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는 이제 여느 모터쇼 못지않게 완성차 업계의 참여 열기가 뜨거운 행사가 됐다. 이번 CES 2022에서도 굴지의 완성차 기업과 부품 업체들은 로보틱스·전기차·자율주행의 미래를 선도할 첨단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번 CES 2022에서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이용한 ‘모빌리티 경험의 확장’을 화두로 던진다. 정 회장은 단순 이동수단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동에 대한 인류의 근본적인 지향점을 담은 ‘로보틱스 비전’을 선포할 계획이다. 아울러 로보틱스 기술이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에서의 경험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다양한 방법도 소개한다.
현대차그룹은 전시 기간인 오는 5~7일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인 ‘모베드(MobED)’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모베드는 직육면체 모양의 차체에 독립적인 기능성 바퀴 네 개가 달려 복잡한 도심 환경을 넘나드는 로봇이다. 모베드 플랫폼의 크기를 사람이 탑승 가능한 수준까지 확장하면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성을 개선할 수 있고 유모차·레저용차량(RV) 등 1인용 모빌리티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모베드는 바퀴와 보디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차체 특성상 흔들림을 최소화해야 하는 배송 및 안내 서비스, 촬영 장비 등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방지턱 등 도로의 요철과 좁은 공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에 실외에서도 안내·서빙 로봇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든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로보틱스 기술인 PnD 모듈도 공개한다. 현대차그룹 전시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 보행 로봇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 로봇으로만 구성된다.
제너럴모터스(GM)·메르세데스벤츠·BMW 등 완성차 업체들은 자사의 최신형 전기차를 통해 가장 앞선 기술을 선보인다. GM은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픽업트럭인 실버라도 EV를 공개한다. 실버라도 EV는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이다. 고성능 전기모터와 대용량 배터리 팩을 탑재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64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830마력의 ‘괴물 전기차’ 험머의 개발 과정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메르세데스벤츠가 CES 2022에서 선보이는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1,000㎞를 달리는 ‘EQXX 콘셉트’다. EQXX는 배터리 용량을 키워 주행거리를 늘린 게 아닌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키워 주행거리를 늘린 게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전기차인 EQS보다 배터리 밀도가 20% 높고 고성능 전기모터의 효율을 높이는 2단 변속기, 800V 고속 충전 시스템, 통합형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탑재했다.
BMW 역시 전기차 iX의 고성능 트림인 iX M60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BMW의 전기차 기술이 집대성된 iX M60은 111.5㎾H 배터리를 탑재해 총 600마력 이상의 출력을 자랑한다. 아울러 BMW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CES 2022 행사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를 노리는 부품 업체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모비스는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카인 M.Vision POP과 M.Vision 2GO를 출품한다. 두 콘셉트카의 국제 무대 데뷔전이다. 두 차량에는 제자리 회전과 옆걸음이 가능한 ‘E-코너 모듈’, 보행자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램프’ 등 현대모비스의 미래 핵심 기술이 집약돼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발레오는 2024년부터 공급할 예정인 3세대 라이다 스캐너를 최초 공개한다. 450만 화소, 초당 25프레임의 비율로 3D 실시간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3세대 라이다 스캐너는 전 세대와 비교해 해상도는 12배, 영역은 3배, 시야각은 2.5배 향상됐다.
콘티넨털은 같은 화면을 통해 운전자는 주행 정보만, 조수석 탑승자는 엔터테인먼트만 볼 수 있는 ‘스위치형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를 최초 공개한다. 보쉬는 파워트레인·제동·조향 장치를 함께 제어하는 통합 드라이빙 모듈을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