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연초부터 현금확보전…회사채 이달에만 5조 발행

코로나·금리 등 불확실성 커져

우량·저신용기업 잇따라 발행





코로나19 사태가 3년차에 접어들고 올해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자 기업들이 연초부터 현금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곳은 물론 우량 기업들도 회사채를 발행해 1월 물량만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투자를 일찍 마감한 기관과 펀드들이 다시 채권 매입에 나설 준비를 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달 발행할 회사채 규모는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시장에 유동성이 가장 많은 1월 효과를 기대하며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3년차에도 국내외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자 기업들이 운영자금을 일찌감치 마련해 곳간을 채우는 형국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금리가 지난해보다 크게 높지만 갈수록 금리는 오를 것이라는 우려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기업들이 연초부터 현금 쌓기에 몰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14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기준금리(1.00%) 인상 가능성이 작지 않은 데다 이번에 올리지 않더라도 올해 최소 2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채권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마침 지난해 12월 상대적으로 일찍 ‘북 클로징’으로 투자를 마감했던 기관이나 펀드가 연초에 넉넉한 실탄을 바탕으로 싼값에 회사채를 담으려 하는 것도 이점이다. 회사채는 금리가 오르면 발행 기업은 부담이 커지지만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 매력은 높아질 수 있다. 회사채 3년물(AA-등급 기준) 금리는 1년 전만 해도 연 1.38%였는데 지난해 말 연 2.41%로 1%포인트 이상 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BBB급인 현대로템(064350)(BBB+)과 두산(000150)(BBB)이 11일과 13일 수요예측에 나서며 올해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대한항공(003490)(BBB+)과 한진(002320)(BBB+)도 이달 20일과 30일 각각 3,000억 원과 7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모집할 예정이다.



자금 마련이 절실한 이들 기업은 연초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시장의 관심이 높은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공모주 우선 배정을 노리는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저신용 회사채를 매입하려는 수요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던 정부의 기업 유동성 지원 기구(SPV)가 지난해 말 운영을 종료했는데,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이)는 크게 벌어져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시장의 우호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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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스프레드는 지난달 28일 61.8bp(1bp=0.01%포인트)로 코로나19 여파가 극심하던 지난 2020년 6월의 78bp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스프레드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위축됐음을 뜻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초 회사채 금리가 크게 높아지면서 그만큼 가격은 낮아졌기 때문에 기관뿐 아니라 리테일 투자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기본 발행 물량들은 소화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채의 상환 자금이 필요한 A급 기업들도 잇따라 자금 조달에 나선다. CJ프레시웨이(051500)는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차환을 위해 13일 수요예측을 단행한다. 조달 금리는 3년 전의 2.534% 대비 적잖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회사채 시장을 찾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한솔제지(213500)(A)도 18일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시간이 갈수록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해 차입 구조 장기화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수익이 떨어져 회사채 발행이 부담스럽던 하이트진로홀딩스(000140)(A-)는 500억 원을 조달해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500억 원의 CP를 상환할 계획이다. 하림산업과 하림USA·글라이드 등 실적이 악화한 자회사 지원 부담이 커진 NS쇼핑(A)도 다음 달부터 갚아야 하는 9개월짜리 단기자금을 2~3년 만기 회사채로 갈아타기로 했다.

LG상사에서 이름을 바꾼 LX인터내셔널(AA-)도 계열 분리 후 첫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20일 시장에 나서 2,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만기는 최대 7년으로 늘렸다. 올해 갚아야 하는 약 1,400억 원의 대규모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하는 만큼 차입 구조를 장기화해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089860)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을 발행해 투자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낸다. 18일 수요예측을 거쳐 2,500억 원을 확보할 계획인데 수요만 있다면 당초 예정의 2배인 5,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2,500억 원)과 SK브로드밴드(1,000억 원), KCC글라스(344820)(1,500억 원), 대상(1,300억 원), LS일렉트릭(1,000억 원), 현대위아(011210)(1,500억 원) 등 다수의 AA급 기업이 이달 회사채 발행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제철도 투자 수요가 많을 경우 발행 물량을 5,000억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지주(AA-)와 하나지주(AA-) 역시 각각 최대 6,000억 원과 4,000억 원의 금융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연말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 폭이 클수록 1월 효과가 힘을 발휘해 기관들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면서 “최대한 빨리,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경 기자·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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