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과 국가 채무 증가 등 잠재성장률 저하 추세가 가파르지 않습니까. 이런 때 과학기술 비전과 전략을 잘 가다듬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요 5개국(G5)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되죠.” (이광형 KAIST 총장)
오는 2030~206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가장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식어가는 성장 엔진에 불을 붙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과학기술 초격차 기술 개발과 선도·추격 전략의 융합을 통해 G5 시대의 토대를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OECD는 최근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2030년에는 OECD 평균(1.3%)보다 높지만 인구 감소 등으로 2030~2060년에는 38개 회원국 중 캐나다와 함께 최하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양극화 심화와 이념·세대·젠더 갈등이라는 사회적 비용 확대도 해결 과제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과학기술 선도국은 우리보다 저만치 앞서가고 중견국은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며 “과학기술과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데 사회적 담론이 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 연구개발(R&D) 혁신 주체의 기업가 정신도 미국·중국·이스라엘 등에 비춰보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이런 때 경제성장과 안보, 삶의 질 향상,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 지도자가 과학기술을 국가의 핵심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출연연을 전략 기술 플랫폼으로 바꾸고, R&D 투자 확대와 생태계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처럼 초격차 기술 기업을 10개가량 키우고 기존 산업의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욱 과학기술과미래연구센터장(서울대 교수)은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지난 2018년 대비 40% 이상으로 잡았는데 과학기술 드라이브를 걸어도 달성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첨단 기술은 추격과 선도 전략을 혼합해 기술 주권 확립에 나서고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에서 선도 기술을 추구하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혁신의 가치가 유형자산과 기득권의 가치보다 존중받을 때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고 더 잘 살고 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사회 풍토를 만들고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에서 기업가 정신을 독려해 기업의 성장 엔진에 불을 붙여야 한다”고 했다. 차기 정부가 전략 기술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혁신 시스템과 문화·생태계 구축에 나서 모방 경제를 넘어야 한다는 지론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