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막판까지 남북 평화 이벤트에 매달리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1일 문 대통령에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 연락망을 활용해 남북 사이에서 다양한 화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조선노동당 제8기 4차 전원회의 이후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는데도 민주평통은 “남북 관계에 대한 수요는 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새해 첫날 노동당 간부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면서 “새해의 장엄한 투쟁에서도 핵심적·선구자적 역할을 계속 훌륭히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이 닷새에 걸친 역대 최장의 전원회의를 개최하고도 이례적으로 대남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은 대신 김 위원장이 직접 ‘투쟁’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간에 종전 선언 문안이 사실상 합의됐다며 강한 미련을 드러냈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모든 계기를 이용해 남북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북한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까지 내비쳤다. 통일부는 새해 탁상 달력에 김정일·김일성 생일 등을 붉은색으로 표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정은 정권의 침묵은 우리의 3월 대선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입장 변수 등을 감안한 술책일 뿐인데도 대화 신호로 오인한다면 안보에 심각한 허점이 생길 수 있다. 급기야 새해 벽두부터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이 뚫렸다. 군은 월북자가 철책을 넘기까지 세 시간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는 차기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길 수 있는 종전 선언 등 ‘남북 평화 쇼’에 대한 집착을 접어야 한다. 그 대신 정부가 교체되는 전환기에 안보에 한 치의 틈새도 없도록 위기관리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