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벤처 붐’을 타고 임인년 새해에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VC)들이 잇따라 증시 입성을 추진할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 펀드의 대형화 추세에 발맞춰 자체 자금 확보 역량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올해 4~5곳 이상의 VC가 코스닥에 데뷔하며 산업과 금융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3일 벤처 투자 업계에 따르면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이번 주중 금융 당국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회사와 상장 주관사 측은 이르면 이달 중 일반 공모까지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장 주관사는 KB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지난 2017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이 VC 부문을 분할해 설립했다. 현재는 지주사 역할을 맡은 스톤브릿지의 100% 자회사다. 14개 벤처 조합과 5개 PEF 등을 포함해 전체 운용자산(AUM)은 총 9,588억 원에 달한다. 주요 투자 기업으로는 크래프톤과 고바이오랩·수아랩·크로키닷컴 등이 있다.
투자 업계에서는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이번 상장을 통해 2,000억 원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스톤브릿지는 국내 주요 상장 VC를 피어그룹(동일 업종 기업군)으로 설정,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산정할 예정이다. 피어그룹으로는 DSC인베스트먼트(241520)와 컴퍼니케이(307930)파트너스·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꼽힌다.
스톤브릿지벤처스에 이어 LB인베스트먼트 역시 올해 VC 상장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했지만 한동안 후속 작업이 정체됐다. 하지만 올 상반기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 한국거래소에 예비 심사를 청구하는 한편 연내 상장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최근 확정했다.
1996년 문을 연 LB인베스트먼트는 운용 자산이나 투자 성과 측면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VC로 꼽힌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천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지주사 LB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운용 자산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섰으며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무신사와 뮤직카우·바로고 등이 있다.
또 중견 VC에 해당하는 HB인베스트먼트와 캡스톤파트너스도 유력한 상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상장 주관사로 대신증권을 선정하고 상장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몇몇 대형 증권사를 후보로 놓고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이다.
VC들의 주된 상장 목표는 ‘벤처 펀드 대형화’로 모아진다. 제2의 벤처 투자 붐을 타고 국내 벤처 산업 생태계가 날로 성장하자 VC들의 투자처인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유망 벤처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성장을 원활히 지원하려면 펀드 규모를 키워 투자 여력을 늘릴 필요가 커진 셈이다.
실제 최근 VC 업계에서는 2,000억~3,000억 원 수준의 대형 벤처 펀드가 속출하고 있다. 펀드 결성을 위해 VC들도 자체 자금을 출자해야 하는데 3,000억 원의 펀드를 결성한다면 VC들이 최소 5%를 자부담하게 돼 필요 자금은 150억 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VC들의 잇따른 상장이 훗날 업계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상장을 통해 개인과 기관 등 많은 투자자가 VC의 주주로 참여해 펀드 출자자(LP)와 주주 간 이해 충돌 문제 등이 야기될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VC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KTB네트워크 등이 지난해 상장을 통해 펀드 대형화를 추진하자 상장에 나서는 후발 주자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상장 VC들은 LP와 주주의 이해 충돌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