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논란 악화에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신장위구르와 관계된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대해 중국은 이런 미국의 제재 정책에 동참하는 기업들을 또 제재하겠다고 ‘불매’ 운동을 부추기고 있다.
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권 분쟁에 휘둘린 최근의 서구 브랜드’라는 기사에서 신장위구르 사태로 “얻어 맞는” 서방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월마트 계열 회원제 마트 샘스클럽이 중국에서 불매운동 표적이 된 것이다. 얼마전 중국 누리꾼이 샘스클럽 전용 애플리케이션 검색창에 ‘신장’을 검색하면 ‘죄송합니다. 관련 상품을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문자가 뜬다면서 월마트가 멜론, 건포도, 배, 대추 등 신장 농산물을 고의로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월마트 측은 “재고 부족” 때문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중국 누리꾼들은 의혹을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불매 운동에 나섰다. 지난달 31일에는 중국 반부패 당국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까지 직접 나서 월마트 측에 “국민 감정을 존중하라”며 경고를 보냈다. 중국에서 불매운동은 사실상 정부나 관영 매체들의 지지 아래 진행된다.
또 미국 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1년 연례 서한’에서 인권 문제를 이유로 자사 협력사들에게 신장지역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방침을 밝혔었다. 역시 중국 내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달 23일 사과 성명을 냈다.
유럽 의류·스포츠 브랜드인 H&M, 나이키, 아디다스도 지난해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3월 H&M과 나이키가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후 강한 불매 운동에 직면해 매출이 심하게 감소했다.
WSJ는 “기업들이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자국 정부와 소비자의 전례 없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압력이 중국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말 신장 제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인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했다. 6개월 후 발효하는 이 법에 따라 신장의 노동력이나 제품을 일부라도 사용한 기업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된다.
불확실한 인권 사항으로 기업의 활동을 규제하고 나선 셈이다. 월마트나 인텔이 신장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인권 옹호’가 아니라 ‘불법 회피’ 때문이다.
오는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후원사도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코카콜라 등 올림픽 후원사들이 올림픽 마케팅을 실시할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 탄압이 이뤄지는데 평시처럼 올림픽에 참여할 수 없다며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미국과 동맹국인 영국·캐나다·호주·일본 등이 이에 동참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을 할 경우 해당 정부는 물론 국민들에게 고운 시선으로 비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