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 기능을 청와대 직속 또는 총리실 직속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뜩이나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돼 ‘청와대 정부’라는 비아냥이 나오는데 대통령의 참모들이 예산편성권까지 갖겠다는 궤변을 편 것이다. 이는 정부가 예산안을 만들어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뒤 국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임명 권력은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받드는 선출 권력의 지휘에 따르도록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다”는 억지 주장을 했다.
이 후보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을 거듭 주장하자 정부는 자영업자 등 55만 명에게 보상금 500만 원씩 ‘선(先)지급·후(後)정산’ 하겠다고 거들었다. 이 후보가 새해 벽두에 자영업자 지원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의 필요성을 거론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일 “정부가 재원 여건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판단해서 추경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술 더 떠 이 후보는 잠시 접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국가 재정을 통해 모두의 손실에 대해 지원·보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을 7번이나 사용했다. 그런데 요즘 자신의 공약을 밀어붙이며 행정 부처를 압박하는 행태를 보면 이미 ‘이재명 정부’를 출범시킨 듯 오만하고 거칠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연성 독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려면 현 정부가 훼손한 삼권분립 정신부터 복원해야 한다. ‘선출 권력’이라고 자만하면서 법과 국민 위에 군림하고 나랏돈을 제멋대로 쓰려 한다면 민심의 매서운 심판을 받게 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