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마트를 운영합니다. 아버지는 보통 캔음료를 진열할 때 뚜껑 부분이 바닥을 향하게 두는데요, 입 닿는 부분에 먼지가 쌓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이러한 배려가 뚜껑의 점자를 가려 시각장애인에게는 오히려 장벽으로 다가간다는 사실을 알고 나선 정말 아차 싶었어요.”
외국어 음성데이터를 활용한 창업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Finder’ 팀 곽호균 학생의 얘기다. Finder 팀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상품 진열 음성안내 서비스를 고안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비장애인에게는 당연시 여겨지는 것들이 장애인들에게는 닿을 수 없는 특권이란 걸 알게 된 후 관련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곽호균(광운대 3학년), 안태현(광운대 3학년) 학생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QR코드 인식하면 음성으로 상품 안내…"눈치 안 보고 물건 샀으면"
두 학생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떤 위치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음성 데이터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각 물건의 바코드를 순서대로 기록해 QR코드에 담았다. 시각장애인들이 리더기로 이 QR코드를 찍으면 각 물건의 위치를 음성으로 안내한다.
시각장애인들은 물건을 구별하지 못 해 상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다른 쇼핑객들의 눈치가 보여 원치 않는 상품을 사서 나오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안태현 학생은 “시각장애인들이 물건이 보이지 않아 앞에서 서성거리다 보면 다른 쇼핑객들에게 민폐를 주게 된다고 생각해 더욱 눈치를 보게 된다”며 “QR코드를 찍어 놓으면 진열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음성을 통해 물건을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시위 계기로 서비스 개발 결심…매장측 협조는 아직 과제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한 건 곽호균 학생이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마트에서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을 직접 목격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던 중 장애인들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지켜보면서 이번 서비스 개발에 확신을 얻었다. 그는 “최근 장애인들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두고 비장애인들의 여론이 너무 부정적이었다”며 “그렇게까지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단순히 일상적 불편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묻힌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 후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직접 선보여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상용화를 위해선 보완해야 할 부분도 남아있다. 서비스 구축을 위한 매장 차원에서의 협조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다. 곽호균 학생은 “상품 정보가 바뀔 때마다 매장 직원들이 새로 바뀐 정보를 업데이트 해줘야 한다”며 “틀린 정보가 안내될 경우 우리 서비스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동 사항을 빠르게 캐치해 데이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명확한 개발 방향성과 팀워크가 우승 비결
우승 비결을 묻자 이들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곽호균 학생은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더라도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명확한 문제 의식과 방향성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점을 심사위원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안태현 학생은 “평소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해 깊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 보니 이번 프로젝트에도 명확한 방향성을 세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학 생활 내내 동고동락하며 맺어진 우정답게 두 친구의 궁합은 남달랐다. 둘은 이미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수년째 합을 맞춰왔다. 안태현 학생은 “비대면으로 진행됐지만 호균이랑은 워낙 오래 본 사이라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곽호균 학생은 “필요할 때는 날카롭게 비판도 해줘서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며 “태현이와 함께 공학점 개선점을 찾아 고민하고 이야기 나눴던 시간 자체가 뜻깊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