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직원들의 줄퇴사를 일컫는 일명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 세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사임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1,000여 개 상장 기업 CEO 76명이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전 최고치였던 지난 2018년보다 23% 늘어날 것이며 2020년 한 해 동안 사임한 CEO 수와 거의 같다.
대표적으로 더그 파커(사진) 아메리칸항공 CEO와 딕 웨일 제너스헨더슨 CEO가 최근 사퇴를 발표했다.
통신은 최근 유럽 대형 은행의 절반가량이 지난 2년 동안 CEO를 교체했다고 전했다.
아시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사카이 다쓰후미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사장과 사이먼 후 앤트그룹 CEO가 지난해 사임 의사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퍼스트리퍼블랙은행의 공동 CEO인 하피즈 게이 에르칸과 헤지펀드사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데이비드 매코믹도 이날 그만둔다고 발표했다.
사임 이유는 제각각이다. 파커 CEO는 20년간 몸담았던 아메리칸항공을 떠나는 것과 동시에 은퇴를 발표했다. 웨일 CEO는 행동주의펀드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사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카이 사장은 계속되는 시스템 장애 사고에 책임을 지는 의미로 사임을 선택했다.
통신은 이 같은 CEO들의 사임 행렬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이 그만둔 이유는 다르지만 최근 기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CEO들이 경영을 하기에 녹록한 환경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먼저 월스트리트에서 실리콘밸리에 이르기까지 근로자들이 더 높은 임금과 더 나은 복지를 요구하고 있어 경영진의 애로가 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직원 관리가 이전만큼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계속되는 공급망 문제도 CEO들의 고민거리다. 홍콩 등의 경우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CEO의 출장이나 고객과의 만남이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