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만년설 등 인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 때문이다. 대기 중 부유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코와 입을 통해 우리 몸에 직접 흡입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빗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빗물에 쓸려 ‘플라스틱 비(Plastic Rain)’로 내리는 것이다.
종합환경위생기업 세스코(대표이사 전찬혁)는 세스코과학연구소가 위치한 서울 강동구의 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다량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과 보통 수준인 날에도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환경을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세스코 이물분석센터 연구팀은 지난해 6월과 7월 비가 온 날, 내린 시점부터 그친 시점까지 빗물을 받고 미세플라스틱 함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빗물 100㎖당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은 6월에 95개, 7월에 40개로 확인했다.
비슷한 연구로 2020년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저널에 게재된 호주 캔버라대학 논문이 있다. 연구팀이 2018년 10월 호주 시드니 남서부에 위치한 쿡스강변에서 빗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100㎖당 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보다 우리나라 대기 중에 훨씬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니는 것이다.
세스코 연구팀은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양은 채집시기·대기흐름·강수량 등 변수가 많아 타국가와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우리나라 빗물에서 100㎖당 40~9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같은 서울 빗물 중에서도 어느 날,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이유는 뭘까. 강수량은 6월 채집한 날(18.1㎜)이 7월(67.4㎜)보다 3분의 1 이하로 크게 적었지만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은 2배 이상 많았다.
두 날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 차이에 대해 세스코 연구팀은 “가장 큰 원인은 비가 오는 순간의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세먼지에 미세플라스틱도 포함돼 있으므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내린 비에 미세플라스틱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세먼지 농도는 6월 채집한 날이 7월보다 나빴다. 6월은 미세먼지 예보기준으로 ‘보통’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미세먼지(PM10) 농도는 당일 31㎍/㎡, 전일 50㎍/㎡이었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일 17㎍/㎡, 전일 29㎍/㎡였다.
7월 채집한 날에는 폭염과 소나기가 연일 계속되다가 서울 하늘에 쌍무지개가 뜨는 등 미세먼지 예보기준으로 ‘좋음’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미세먼지(PM10) 농도는 당일 13㎍/㎡, 전일 12㎍/㎡이었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일 8㎍/㎡, 전일 7㎍/㎡였다.
세스코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은 바닷물·도로·가정집 등 다양한 경로로 발생해 대기 중으로 이동하며, 유기오염물질들을 흡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인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세스코는 미세먼지 농도와 빗물 중 미세플라스틱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스코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세플라스틱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많은 연구결과를 축적해 국내외 미세플라스틱 관련 정책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고 더 작게 쪼개지길 반복하면서 물·토양·공기 중에 떠돌다가 인체를 위협하고 있다.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스코과학연구소 이물분석센터 연구원이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세스코 이물분석센터는 제품에 혼입된 미세플라스틱·곰팡이·곤충 등 이물의 실체를 명확히 분석하는 국내 유일 이물분석 전문기관이다. 2016년 3월 한국인정기구(KOLAS)에서 시험분석 기술력과 품질시스템을 인정받은 국제공인시험기관이다.
세스코과학연구소 이물분석센터 내 미세플라스틱 분석실은 5대의 전문 분석 장비(μFT-IR, 푸리에 변환 적외선분광기)와 초자기구·클린벤치·후드·교반기 등 분석에 필요한 모든 기자재를 미세플라스틱 전용으로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