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졌던 지난해 말에도 코스피 대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던 코스닥지수가 3% 가까이 추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해 상승 폭이 컸던 게임주를 중심으로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낙폭이 커지면서다. 이에 최근 주요 종목들의 실적 하향 전망과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발 충격 등이 더해지며 중소형주들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32포인트(2.90%) 하락한 980.30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 6일(-3.46%) 이후 3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특히 게임주를 중심으로 코스닥 시총 상위주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카카오게임즈(293490)는 전일 대비 14.24% 내린 7만 4,1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위메이드(112040)·펄어비스(263750) 역시 전일 대비 각각 11.75%, 7.15% 빠지며 최근 3거래일간 10~20% 조정을 받았다. 이 밖에 에코프로비엠(247540)(-2.79%), 셀트리온제약(068760)(-5.23%), 에이치엘비(028300)(-3.23%) 등도 예외 없이 낙폭을 키웠다.
연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일찍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기술주들이 일제히 급락하자 최근 상승 폭이 컸던 국내 성장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상이 이르면 오는 3월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전날 나스닥지수는 3% 넘게 하락했는데, 테슬라(-5.35%), 애플(-2.66%), 엔비디아(-5.76%) 등 글로벌 기술주들이 동반 급락했다.
금리 인상 이슈의 경우 성장주의 할인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타격이 특히 클 수밖에 없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은 연초 이후 기관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해지는 성향이 있어 이 기간 외국인들이 매수 우위를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 증시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대체불가토큰(NFT)·메타버스 등 지난해 코스닥 랠리를 이끌었던 종목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많이 높아진 상태라 상대적으로 하락이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4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이들 업체가 시장 눈높이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지난해 흥행하며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던 ‘오딘’을 포함한 주력 게임들의 매출이 전 분기 대비 60% 가까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의 목표 주가를 11만 원으로 12% 하향하며 “4분기 영업실적 전망의 핵심은 매출이 전 분기 대비 대폭 부진하면서 시장 전망치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최근 증시를 충격에 빠뜨린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이슈가 중소형주에 대한 전반적인 투심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대신증권·하나은행을 포함한 다수의 금융 업체들이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스템을 편입한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인덱스펀드나 ETF의 경우 지수 편출을 임의로 결정할 수 없어 추종 지수 변경 여부를 보고 종목 편입 비중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