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마지막날인 7일(현지시간) 야외 전시관 ‘센트럴 플라자’의 시에라 스페이스 부스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우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3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비로소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를 마주하니 세계적 부자들만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우주 여행이 생각보다 대중에게 빨리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기술은 이번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 중 하나다. 가전쇼에서 시작한 CES는 새로운 기술의 경연장으로 혁신제품들은 수 년 내 일상에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드론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에 이어 우주 여행이 CES에서 데뷔한 만큼 미래가 현실 가까이에 다가온 셈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우주 기술 중에서도 드림체이서는 눈에 보이는 위용 덕에 가장 ‘핫’한 아이템이었다. 과거 미항공우주국(NASA)가 쏘아 올리던 우주왕복선의 4분의 1 크기인 드림체이서는 높이 2m, 길이 9m, 폭 7m로 경비행기와 비슷하다. 우주로 갈 때는 로켓을 이용하고, 귀환은 추진력 없이 글라이딩으로 바람을 따라 날아가는 방식 역시 종전 우주 왕복선을 닮았다. 달 탐사를 하던 ‘우주왕복선 시대’를 피부로 경험한 미국인들에게 드림체이서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70대 노인은 “내 세대 미국인들은 어린 시절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모습부터 우주왕복선이 처음 발사되던 순간까지를 영광스럽게 기억한다”며 “사라진 NASA 우주왕복선이 돌아온 듯 해 감동적이다”라고 했다.
드림체이서는 자율주행을 적용해 조종사가 필요 없다. 6톤에 달하는 화물을 운반할 수 있고, 사람은 10명 가량 탈 수 있다. 최소 15회에서 최대 30회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드림체이서는 1년 뒤인 내년 1월 첫 비행에 나선다.
시에라스페이스는 앞으로 5인승 우주왕복선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시리즈A 투자를 통해 14억달러를 확보했다. 민간 우주기업 블루오리진과 함께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개발하고 우주용 주거시설 ‘라이프(LIFE)’도 준비하고 있다. 이 주거시설은 벡트란(Vectran)·우레탄·나일론 섬유로 만들어졌다. 외부에서 볼 때는 원형이지만 내부는 3층 구조로 나눠, 우주에서도 지상과 유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가전으로 유명했던 CES의 터줏대감 소니도 우주 기술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에서 실물을 처음 공개한 나노 위성 ‘스타파이어’는 도교대학교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부(JAXA)가 공동 개발한 촬영용 위성이다. 날개를 제외한 몸체는 방송용 카메라보다도 작다. 세계 최고 수준 광학기술을 자랑하는 소니의 카메라를 장착해 지구 궤도에서 지상이나 우주를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니는 올해 안에 첫 스타파이어를 우주로 쏘아 보낼 계획이다.
보쉬는 지난해 CES에서 선보인 ‘사운드씨 AI’를 전시했다. 사운드씨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사용되는 안전 관리 AI다. 늘 일정한 소리 패턴을 보이는 우주정거장에서 평소와 다른 소음을 포착해, 장비 이상 가능성을 미리 탐지하는 기술이다.
우주 기업 ‘제로지(Zero G)’는 VR 기기를 쓰면 20~30초간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김덕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창업한 스페이스 맵은 인공위성이 지구 주변에 있는 장애물을 피해 발사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다. 발사 비용을 5%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지구관측위성 세종1호를 소개했다. 세종1호는 올 6월 발사 예정이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은 “과거 우주 관련 사업이 군사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일상에 적용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위성 5개 이상을 쏘아 올려 한반도 영상 데이터를 수집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우주 산업이 3,500억달러 이상으로 앞으로 15년간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 여행이 다가오고 우주라는 산업에서 상당한 경제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라스베이거스=임진혁 기자 liberal@sedaily.com, 라스베이거스=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