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시장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장기 고정금리 정책대출 상품인 ‘적격대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실수요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9일 주택금융공사와 은행권에 따르면 적격대출의 1월 중 금리는 연 3.40%로 대부분 시중은행 일반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보다 낮다.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 10~40년의 약정 만기 동안 고정된 금리로 원리금을 매달 갚는 주담대 상품이다.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란 점에서 보금자리론과 비슷하지만 대출한도가 5억원으로 더 많다. 적격대출 금리는 장기 고정금리 특성상 변동금리나 혼합형 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적격대출 금리(연 3.1%)는 시중은행의 일반 신규 주택대출 평균금리(연 3.01%·한국은행 집계 가중평균금리 기준)를 웃돌았지만 11월에는 적격대출(3.40%) 금리가 일반 주택대출 금리(3.51%)보다 낮아졌다.
이때문에 적격대출을 찾는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반면 실수요자들이 이용하기에는 ‘하늘의 별 따기’다. 지난해 4분기 한도 소진 후 취급 재개만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이 새해 영업 개시 후 한꺼번에 몰리면서 신규 한도가 빠르게 동이 났기 때문이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는 ‘3분 컷’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월별로 판매 한도를 관리하는 우리은행의 경우 새해 첫 영업일인 3일 오전 1월 분 한도 330억원을 모두 소진했다. 분기별로 한도를 관리하는 농협은행은 다음 날인 4일 1분기 한도 물량 접수가 마감됐다. 하나은행에서는 6일 취급 개시 후 7일까지 양일간 1분기 한도의 20%에 해당하는 대출 접수가 이뤄졌다. SC제일 등 일부 은행은 취급 한도가 남아 있지만 업계에서는 대부분 조기 소진 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리는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적격대출 공급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적격대출의 연간 공급량은 2018년 6조 9,000억원 2019년 8조 5,000억원, 2020년 4조 3,000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 4조 1,000억원이 공급돼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에 나선만큼 예년보다 적격대출 공급량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높다. 앞서 당국은 1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 연 5~6%로 제시했지만 올해는 4~5%로 낮춰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