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협력 업체 근로자 감전 사망 사고를 계기로 작업자가 전력선에 접촉하는 ‘직접활선’ 작업을 현장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또 공사 현장 1곳당 안전담당자 1명을 배치하고 불법하도급 등 부정행위가 적발된 업체는 한전 공사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한다. 다만 최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한전 사장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자마자 나온 대책이라 ‘눈치 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9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협력 업체 근로자의 감전 사망 사고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이 같은 내용의 안전관리 특별 대책을 발표했다. 한전은 감전·끼임·추락 등 3대 주요 재해에 대해 미리 정한 안전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우선 감전 사고 근절을 위해 직접활선 즉시 퇴출과 정전 후 작업 확대, 간접활선 확대 등을 통해 작업자와 위해 요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정 사장은 “2018년부터 간접활선 작업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약 30%는 여전히 직접활선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감전 사고 사례가 없고 직접활선에 비해 안전한 간접활선 작업의 현장 적용률을 높이기 위해 현재 활용 중인 9종 공법 외에 오는 2023년까지 9종의 공법을 추가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끼임사고 근절을 위해서는 전기공사용 절연 버킷(고소작업차) 차량에 고임목 등 밀림 방지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고임목 설치 여부를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확인한 뒤 작업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추락 사고 근절을 위해서는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을 전면 금지한다. 정 사장은 “모든 배전 공사 작업은 절연 버킷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절연 버킷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전기공사 업체의 장비 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만 해당 사업소가 사전 안전 조치를 검토·승인한 뒤 제한적으로 예외를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국 4만 3,695개소 철탑에 추락 방지 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당초보다 3년 앞당긴 2023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한전은 전기공사 업체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자 모든 전기공사에 ‘1공사 현장 1안전담당자 배치’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불법하도급 등 부적정 행위가 적발된 업체와 사업주에 대해서는 한전 공사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도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올해 안전예산은 지난해 대비 2조 원 증가한 2조 5,000억 원으로 확대 편성해 안전 설비 확충, 공법 안전성 강화, 안전 기자재 구입 등에 중점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앞서 안 장관은 지난 6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전 협력업체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이런 사고에) 한전 사장도 처벌될 수 있다”면서 정 사장과의 통화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사장은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뒤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7~8일 이틀간 전 경영진을 소집한 긴급회의를 열고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