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CSTO






2020년 9월 아제르바이잔의 침공으로 발발한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때 수세에 몰린 아르메니아는 자국이 속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긴급 파병을 청했다. ‘한 회원국이 외부 세력의 침략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한다’는 CSTO 조약 제4조에 의거한 요구였다. 하지만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방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유로 지원 요청은 거부됐다. 결국 이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승리했고 나고르노카라바흐 남부에 주둔하던 아르메니아군은 추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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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권 안보협의체인 CSTO는 2002년 10월 러시아·벨라루스·아르메니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6개국을 멤버로 출범했다. 지역 내 군사적 위협이나 국제 테러, 조직적 범죄, 마약 밀거래, 비상사태 등에 공동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 ‘미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도 불린다. 그러나 73년의 전통을 지닌 미국·유럽의 수평적 집단방위 기구인 나토와 달리 CSTO는 러시아의 입김이 세다. 본부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데다 러시아의 예산 기여도는 50%를 넘는다.

러시아 공수부대를 주축으로 한 CSTO 평화유지군 2,500명이 지난 6일 반정부 시위 사태가 벌어진 카자흐스탄에 긴급 투입됐다. 전날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CSTO에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등이 이에 제동을 걸자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CSTO 병력은 회원국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합당한 절차를 거쳐 파견된 것”이라고 맞섰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러시아는 10일 미러 담판에 앞서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STO군의 카자흐스탄 투입에 러시아의 패권 전략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카자흐스탄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은 이 나라의 지도자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30년 동안 독재정치를 이어온 카자흐스탄 정부가 물가상승률이 9%에 육박한 상황에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상한제를 폐지한 것이 유혈 사태에 불을 당겼다. 정통성을 상실한 정부가 정책 실패로 경제난을 초래하면 체제 위기와 외세 침탈을 피할 길이 없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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