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말초적 ‘재미’가 아니라 ‘미래’ 있는 정책 경쟁을 하라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국가의 ‘미래’ 과제보다는 말초적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재미’를 유도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 대중 골프장 요금 인하 등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공약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10일에는 고3 유권자를 의식한 듯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젊은 층을 겨냥해 소셜미디어에 ‘심쿵 공약’이라는 짧은 메시지를 올리고 있다. 59초 분량의 쇼츠 영상을 통해 ‘지하철 정기권 버스 환승’ 등의 공약도 공개했다.



후보들은 스스로 재미의 소재가 되기도 해 ‘정치 희화화’에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유튜브 생중계 방송에서 ‘찢찢찢찢’이라는 댓글이 올라오자 “이거 나 욕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자신을 흉내 낸 ‘AI 윤석열’을 활용하고 있다. AI 윤석열은 윤 후보의 평소 습관인 ‘도리도리’ 질문에 "아쉽지만 프로그램의 한계”라고 답변해 화제가 됐다.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 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의 공약을 올렸고 이 후보는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아무리 표가 급하다고 해도 2030세대 남성·여성의 갈라치기를 시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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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이 자극적이고 가벼운 콘텐츠 캠페인에 몰두한 사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경제와 외교 안보 정책 이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실종됐다. 미중 간 신냉전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차기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핵심 과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면 과학기술 초격차와 국민 통합을 통한 성장 동력 재점화와 연금·노동 개혁, 국가 부채 비율 축소, 북핵 폐기 등 미래를 위한 과제들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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