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선 넘은 정용진의 인스타…불안한 신세계

활발한 인스타 활동으로 '용진이형 팬덤'

마케팅·기업 이미지 제고에는 큰 성과

'멸공' 등 잇단 정치성향 공개로 리스크 커져

"인스타 직접 관리"…내부 통제 부재 우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공산당이 싫어요' 해시태그를 붙여 올린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쳐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공산당이 싫어요' 해시태그를 붙여 올린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게시글로) 다 죽게 생겼다” (신세계디에프 직원, 블라인드 아이디 ‘공멸’)



“이미지로 먹고 사는 회사인데…임직원들의 수고와 노력을 망쳐놨다.”(신세계인터내셔날 직원)

정 부회장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멸공’ 관련 글을 쓰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났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옹호론과 비판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화권 매체에까지 이 사건이 소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의 SNS활동은 논란도 있었지만 성과도 컸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젊고 혁신적인 유통기업 이미지를 갖게 된 데는 팬덤을 거느린 그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그러나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듯한 정 부회장의 SNS활동은 이제 경영 리스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 정 부회장의 열정적인 SNS 활동 이유를 짐작케하는 대목이 있었다. 그는 “고객의 변화를 이기는 사업은 없다"며 “고객이 디지털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우리도 디지털 공간에서 존재감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이 대세가 된 시대에 CEO 스스로가 트렌드 변화를 먼저 읽고 상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팔기 위해 SNS는 필수적인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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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도 거뒀다. 75만명이 넘는 인스타 팔로워를 거느린 정 부회장의 게시글은 파급력이 크다. 지난해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 중에서 정 부회장이 직접 고른 상품을 ‘YJ 큐레이션 박스’는 출시 하루 만에 품절됐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식품이나 신세계푸드나 피코크의 제품들도 ‘yj_loves(정 부회장의 인스타 아이디)’가 찍어 올리면 날개 돋힌 듯 팔렸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의 유통기업 중에서 신세계가 가장 젊은 이미지를 갖게 된 데는 정 부회장의 ‘꼰대스럽지 않은 소통’이 MZ세대에 먹힌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선을 넘어 위험한 영역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불매운동이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되지는 않겠지만 기업 이미지에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고객의 이념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진보적인 고객도, 보수적인 고객도 있다"며 "한국의 최대 B2C기업의 대표가 특정 정치 성향을 공개적으로 반복해 드러내면 중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도 국내지만 중국 사업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계열사의 직원들은 블라인드에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한 직원은 “중국 대상 판매는 이제 접어야죠. 오너 일가 중 한 명이 멸공이라고 했으니 중국인들 썩 꺼져라(라고) 선포한 걸로 봅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부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월 ‘공산당이 싫어요’부터 시작된 ‘아슬아슬한’ 게시글이 ‘멸공’, ‘노빠구’로 이어지고 정치권으로 논란이 옮겨 붙는 수개월 동안 내부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개인 SNS 계정이어서 운영은 전적으로 정 부회장이 알아서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가의 SNS가 마케팅 활동 수준을 넘어 정치, 종교 등 민감한 영역으로 넘어가면 제어할 수 있는 기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세계 관계자는 “11일 정 부회장이 올린 ‘보이코트 정용진’ 게시물은 더 이상 멸공과 관련한 글을 올리지 않겠다고 강하게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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