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 참석하고 입국한 뒤 자가격리를 면제받은 사람이 1,16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최소 7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방역 관리망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에서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대유행 시작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CES 2022 참가자 중 입국한 뒤 중요사업상 목적 등으로 자가격리를 면제받은 사람이 1,166명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들 가운데 최소 7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CES 관련 국내 확진자 119명 중 자가격리 면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3.0%다. 아직 지방자치단체에서 확인한 확진자는 관련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감염규모는 더욱 불어날 수 있다. 중요한 사업상의 목적 등 긴급하고 불가피한 입국 목적을 가진 국내기업 임직원 등은 산업통상자원부 및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심사를 거쳐서 국내 입국시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CES에 참가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대다수는 오미크론 감염자로 추정된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검사분석팀에 따르면 일부 검사에서는 오미크론이 확인됐다고 한다"며 "추정하건대 미국의 오미크론 검출률이 98.3%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확진자분들의 대부분이 오미크론 감염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면제 제도가 방역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가 타인과 접촉할 경우 지역사회 감염의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입국 전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하고 입국 후 1일 이내, 입국 후 6~7일 이내에 국내에서 추가로 PCR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잠복기가 있어 감염 위험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이날 격리면제자의 재택근무 권고 기간을 10일로 늘렸고, 삼성전자·현대차·SK 등 CES에 참가했던 대기업들은 격리면제자들에게 자가격리에 준하는 재택근무를 시행토록 하고 있지만 감염을 차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당국은 전날 이 행사에 참석한 격리면제자에게 3일간의 재택근무를 권고한 바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CES 관련 확진자가 격리 없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면 집단감염의 고리가 될 수 있다”며 "이들은 오미크론 감염 가능성이 높아 국내 대유행 시작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CES는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로,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