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의 집합금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도 전국적으로 발생한 집회시위가 8만6,000회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법 미신고 집회는 1년 만에 8배 급증했다. 코로나19 첫해에는 집회를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정부 통제가 장기화되면서 노동계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방역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14일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집회 개최 횟수는 8만6,552회로 전년(7만7,453건) 대비 12% 증가했다. 경찰청이 2007년 집계자료를 공개한 이후 2019년(9만5,266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집회 신고 횟수는 357만9,541회로 전년(300만3,081회) 대비 19% 증가해 종전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체 집회 가운데 미신고집회는 204회로 전년(27회) 대비 7.6배나 뛰었다. 미신고 집회율은 0.24%로 1년 전(0.03%)보다 8배 늘어 2017년(0.3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관할 경찰서장 등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 미개최율은 97.59%로 코로나 이전인 2017~2019년보다 1~2%P(포인트) 올랐다. 방역지침 위반을 이유로 정부가 주최 측에 집회금지를 통보하면서 비율이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경찰청이 국가경찰위원회에 보고한 ‘2021년 집회시위 상황 분석과 2022년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집회 금지통고는 4,985건으로 10건을 제외하고 모두 정부 방역지침 위반에 해당했다. 코로나19 이전 연도별 금지통고를 보면 2017년 74건, 2018년 12건, 2019년 9건 등 100건 미만이었다.
2011년 이후 4만회 수준을 유지하던 집회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 해마다 2~3만회씩 급증했다. 2018년에는 집회가 1년 만에 58% 급증해 6만8,315회를 기록했고, 2019년에도 39% 늘어 9만5,266회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대폭 줄었다가 1년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집회 인원을 제한하면서 4단계시 1인 시위만, 3단계에서는 49명까지만 참가를 허용했다.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서 집회 참여 인원 제한이 99명(백신 접종 완료자·음성 확인자 포함 499명)으로 완화됐다가 지난달 거리두기가 재개되면서 최대 허용 인원은 다시 49명(백신 접종 완료자·음성 확인자 포함 299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정부 통제가 장기간 이어진 상황에서도 집회가 급증한 것은 방역 정책에 대한 반감이 폭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리두기가 연장을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인원을 쪼개는 방식으로 동시다발적 소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드라이브 스루'(차량 탑승) 등 비대면 시위까지 등장했다. ‘위드 코로나’ 때 서울 집회 신고가 3배로 뛰는 등 집회 제한이 완화될 때마다 대규모 시위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도 ‘오미크론’ 변이종 확산에 방역 통제가 이어지는 데다 대통령 선거(3월), 지방선거(6월)까지 앞두고 있어 집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보고서에서 “2022년에는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가 더욱 더 높아질 수 밖에 없고,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예정돼 있다”며 "선거를 전후해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집회시위를 통하여 분출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