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 칼럼] 치명적인 거짓말 바이러스

폴 크루그먼

팬데믹 극복 가로막는 최대 요인은

지지자들 생명을 대가로 해서라도

정치적 목적 이루려는 反백신 공작

우파의 파괴적 여론몰이 끔찍한 일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지난 2020년 초반께면 코로나19를 건강과 삶의 질에 관한 과거의 주요 이슈로 이야기하게 되리라 기대했다. 효과적인 백신이 기적에 가까운 속도로 개발됐으니 미국 같은 문명국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백신을 보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아직껏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떨쳐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분적인 문제는 바이러스의 창조적 진화다. 델타 변이의 치사율과 요즘 유행하는 오미크론의 전염력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훨씬 효과적으로 팬데믹에 대처할 수 있었다. 이를 가로막은 최대 요인은 정치적 동기를 지닌 거짓말의 위력이었다.

구체적인 거짓말과 이로 인한 피해를 살펴보기 전에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이 모두가 정치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에 나온 카이저패밀리파운데이션(KFF)의 서베이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의 60%가 공화당 지지자인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또한 찰스 가버의 카운티별 데이터 분석 결과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득표율이 평균 1%포인트 오를 때마다 해당 카운티의 백신 접종률이 0.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가 어떻게 ‘의학적 기적’의 기반을 그토록 심하게 훼손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공화당 정치인들과 우파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세 가지 중요한 거짓말에서 단서를 찾고자 한다.



첫 번째 거짓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별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같은 정치인들은 완전 접종자들의 오미크론 감염에 따른 입원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들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반응을 ‘비합리적 히스테리’로 일축한다. KFF 서베이가 가리키듯 코로나19를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는 비이성적 태도를 고수하며 비합리적인 히스테리와 거리를 뒀던 수백만 명의 비접종 공화당원들과 마찬가지로 루비오 의원 역시 비합리적인 히스테리를 슬쩍 피해간다. 반면 아직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미접종자가 코로나19에 지극히 취약하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합리적 지적에 보수적인 논객들은 일제히 분노를 터뜨렸다.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은 대통령이 미접종자를 ‘인간 이하’로 취급한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관련기사



두 번째 거짓말은 백신이 비효율적이라는 억지 주장이다. 하원 법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추가 접종이 효과가 있다면 오미크론이 번지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트윗을 연달아 날린다. 그들이 지적하려는 것은 오미크론이 숱한 돌파감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반면 차고 넘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접종자들의 입원율과 사망률이 비접종자들에 비해 훨씬 낮다는 점은 철저히 외면한다.

마지막 거짓말은 접종 여부가 전적으로 자유 영역에 속한다는 주장이다. 즉 백신을 맞거나 맞지 않는 것이 단순한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는 얘기다. 예컨대 그레이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개인적 선택권 침해를 근거로 연방정부의 백신 의무화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동시에 애벗이 이끄는 주 정부는 치솟는 코로나19 확진 건수와 입원율 증가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연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텍사스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부분적 이유는 사기업의 종업원 백신 접종 의무화를 애벗이 막은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명민한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공화당의 주장이 거짓일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서로 충돌한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백신이 있으니 코로나19를 무시해도 된다. 하지만 백신은 효과가 없다”와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 문제다. 그러나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그들의 품격에 대한 비열한 공격이다”가 바로 그것이다.

공화당의 백신 접종 방해는 당의 이념을 지키려는 일관된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맹목적 권력 추구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이런 주장은 의미 없는 잠꼬대처럼 들린다. 성공적인 백신 접종 캠페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치적이 될 테니 모든 논리를 총동원해 이를 막아야 하다는 것이 그들의 속내다.

반(反)백신 전략은 정치적으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의 기세는 국가 전체를 침울하게 만들었고 백악관을 장악한 정당은 이런 분위기에서 불가피하게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다. 정부가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총력전을 펴온 공화당은 예상대로 팬데믹을 끝내지 못한 책임을 온통 바이든에게 돌리고 있다.

파괴적인 백신 공작 정치의 성공은 그 자체로 끔찍한 일이다. 지지자들의 생명을 대가로 해서라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냉소주의의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