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수탁위 9명중 시민·노동대표 4명…"입맛대로 소송 남발 할수도"

■수탁위 '기울어진 인적구성'

기금본부 담당땐 시민·노동계 0%

수탁위로 넘어가면서 44%로 늘어

3분의2 출석서 절반으로 요건완화

경제단체 2명 빠지면 '일방적 표결'

"자문 기구서 소송 좌지우지" 우려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기존 기금운용본부(투자위원회)에서 수탁자책임위원회로 넘기며 시민·노동단체의 입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원 금융 전문가로 채워진 기금운용본부와 달리 수탁위 내 시민·노동단체 구성원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 역시 수탁위로 권한이 넘어가며 시민·노동단체가 기업 경영에 무차별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된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주주대표소송 권한과 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 권한 일부가 수탁위로 넘어가며 시민·노동단체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된다.

주주대표소송의 경우 기존 기금운용본부에서 담당할 때는 시민·노동단체 구성원 비중이 0%였지만 수탁위로 넘어가면 44%로 대폭 늘어난다. 기금운용본부는 위원장인 기금운용본부장과 위원인 전략부문장·리스관리부문장·지원부문장·수탁자책임실장 등 전원이 금융 관련 인력이다. 시민·노동단체 구성원 비중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수탁위로 권한이 변경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민·노동단체 비중이 절반에 달하게 된다. 수탁위는 위원장 1명, 위원 8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 단체가 각 3명을 추천한다. 이 중 한국노총(2명)과 민주노총(1명)이 추천한 3명과 참여연대가 추천한 1명 등 총 4명이 시민·노동단체를 대표하게 된다. 나머지 인원은 경총·대한상의·공인회계사회 등이 추천한 5명으로 채워진다. 전체 구성원 9명 중 4명(44%)이 시민·노동단체 인사들로 채워지는 셈이다.

관련기사



주주대표소송 결의가 수월해지는 것도 문제다. 기금운용본부에서는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의 내용을 의결했다. 그러나 수탁위에서는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만으로도 결의 내용 의결이 가능해진다. 총 9명인 수탁위 재적 위원 중 경제 단체 위원이 2명만 불참해도 시민·노동단체 입맛대로 대표소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비상설 기구에 불과한 수탁위가 기업들을 소송 리스크에 떨게 할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갖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는 금융 전문가, 국민연금공단 정규직 구성원이 주축으로 의사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된다”며 “반면 수탁위는 자문 기구에 불과해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데 권한만 확대할 경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표소송 남발 등 기업 경영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의 권한도 수탁위로 넘어간다. 이 역시 현행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수탁위로 넘어가며 시민·노동단체 구성원 비중이 확대된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시민·노동단체 비중은 현재 20%인데 수탁위는 앞선 대표소송과 마찬가지로 44%까지 높아진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위원장(1명), 당연직(5명), 사용자 대표(3명), 근로자 대표(3명), 지역가입자 대표(6명), 관계 전문가(2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근로자 대표 3명과 지역가입자 대표 1명이 시민·노동단체 인사로 분류된다.

자문 기구에 불과한 수탁위가 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이라는 명목으로 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기업 경영에 압박을 가할 명분이 생긴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를 두고 ‘말만 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이지 실질적으로는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 사회적 비판은 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시민·노동단체는 수차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관여하려 했다. 지난해 2월 참여연대와 공공운수노조 등은 보건복지부에 4대 금융지주 등에 공익 이사를 선임하라고 압박하고 국민연금 사옥 앞에서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시민·노동단체의 국민연금을 통한 기업 길들이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주대표소송과 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 권한을 가진 수탁위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는 게 문제”라며 “잘못된 대표소송과 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으로 기업 평판이 추락하거나 국민연금에 손해가 가해진다면 책임을 지울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산업부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김언수 장편소설 '뜨거운 피' 여주인공 인숙의 말입니다. 남 탓, 조건 탓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부끄러운 기자가 되지 않으려 오늘도 저항 중입니다.
더보기

이기사의 댓글(0)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