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증시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급증하며 해외 주식형 ETF에 한 달 새 1조 6,200억 원이 몰렸다. 이는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과 다양한 해외 테마형 상품의 등장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산업·친환경 ETF 등 해외 테마형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4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ETF에는 한 달 새 1조 6,193억 원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659억 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였다. 해외 주식형 ETF는 1년간 8조 229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주식형 ETF의 인기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사실상 지난 2021년은 글로벌 테마형 ETF 시장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기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신기술’, 그린 뉴딜 정책 추진으로 인한 ‘친환경’ 관련 테마형 ETF 등이 각광을 받았다. 지난 한 해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10조 원에 육박하는 역대급 순매수를 보인 가운데 해외 주식형 ETF의 러브콜이 이어졌고, 1년 만에 7조 5,6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새롭게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식형 ETF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불안한 증시 속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시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테마형 상품 라인업이 한몫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산운용사들이 세부적으로 핀테크, 헬스케어 혁신, 파괴적 혁신 기술, 지속 가능성 등 테마형 ETF를 대거 상장한 데 이어 저렴하게 낮춘 보수 정책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연구원은 “MSCI글로벌지수를 비롯해 미국 S&P500지수 등이 우수한 성과를 내며 해외 주식형 ETF의 수익률이 높았다”며 “메타버스 ETF, 블록체인 산업 ETF, 2차전지·전기차 ETF 등 투자 접근성이 높아지며 질적 확대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주식형 ETF에만 1조 4,161억 원이 몰렸다. ‘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고 한 달 동안 6,316억 원 불어났다. TIGER미국나스닥100(1,481억 원), TIGER미국S&P500(1,223억 원), TIGER미국테크TOP10INDXX(1,606억 원), TIGER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1,486억 원)에도 신규 자금이 지속적으로 모였다.
특히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전 세계 ETF의 운용 규모가 102조 1,751억 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운용은 2011년 처음으로 글로벌 ETF 시장에 진출했으며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GlobalX), 캐나다 ‘호라이즌스(Horizons)ETFs’를 인수한 뒤 미국·캐나다·홍콩·일본 등 10개국에서 ETF를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X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말 기준 51조 9,000억 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역시 2020년 말 15위에서 지난해 11위까지 상승했다. 호라이즌스ETFs 역시 19조 4,000억 원 규모를 운용하는 등 액티브 및 패시브·레버리지·인버스 ETF 등 106개의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자산운용이 1,471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한국투자신탁운용(300억 원), KB자산운용(232억 원) 등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해외 테마형 ETF를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 연초부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 긴축 정책과 이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테마형 ETF가 신산업에 대한 기대감과 펀더멘털 개선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변화가 일어난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2차전지 등에 대한 신산업 상품과 친환경 ETF에 주목해야 한다”며 “올해에도 친환경 관련 상승 재료가 계속해서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