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배요한기자]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친환경차 판매가 급성장세를 보이자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EV)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볼보는 처음으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전면적으로 중단하고, 올해부터 순수 전기차를 선보였다. 오는 2025년에는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2030년에는 독일과 중국, 2040년에는 영국과 프랑스 등이 내연차 판매를 종료할 예정이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럽 지역에서는 전기차가 17만6,000대가 팔리며, 디젤차(16만대)의 판매량을 처음으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전기차(1~12월)는 총 2만4,168대로 전년동기 대비 59.2% 증가했다. 이는 전체 수입차 판매량 기준 25%에 달하는 비율이다.
이처럼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배터리 수요 확대에 니켈, 리튬, 구리, 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대표적인 원자재는 니켈과 구리, 리튬, 코발트 등이 있다. 니켈은 K-배터리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계 배터리의 핵심 소재이며, 구리는 내연차 대비 전기차에 들어가는 양이 6배나 되기 때문에 전기차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재 제조에 필수 원자재인 리튬은 최근 1년래 뜨거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1년간 국제 구리 시세는 약 20%, 니켈은 30% 상승한 반면, 탄산리튬의 가격은 톤당 900만원에서 현재 5,500만원으로 무려 6배 급등했다.
◇'하얀 황금' 리튬’가격 급등…이유는? =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의 비중이 과반을 넘어서고 2025년이면 2/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연 기관차가 전부 단종되고 전기차만 운행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리튬 수요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80~9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은 2019년 연간 30만톤 규모였던 리튬 수요는 2029년 280만톤으로 9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리튬 가격이 6배나 급등하고, 리튬이 없어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못 만든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배터리, 자동차 등 관련 기업들은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리륨 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공급 확대를 위해 해외 리튬 광산 및 염호 인수에 나서고 있다.
다만 자연에서 존재하는 리튬을 추출해서 자동차 용으로 사용 가능한 고순도 탄산리륨이나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하는 과정은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리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리튬 광산의 개발이 환경단체 등의 반대, 각종 법적 분쟁으로 지연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실정”이라며 “테슬라향 네바다 주 리튬광산 개발 계획은 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주장하는 환경 단체와 조상들의 유골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원주민들과의 소송이 진행 중이고, 세르비아 자다르 지역에서는 리튬광산 개발 계획을 반대하는 시위로 세르비아 정부가 채굴 허가를 취소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리튬 확보 전쟁…국내 리튬 생산 기업은 = 전기차 시대에 리튬 부족 현상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포스코(POSCO(005490)) 그룹이다. 작년 말 포스코 그룹은 포스코를 자회사로 두고 포스코홀딩스를 모회사로 변경 상장하는 물적분할 지배구조 개편 방침을 발표하고, 2차 전지와 수소 등 신사업을 주력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1년 4월 포스코 그룹은 리튬 생산을 담당하는 포스코리튬솔루션을 신규 설립하여 광양에 4만3,000톤, 아르헨티나에 2만5,000톤 규모의 리튬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3년 완공 예정인 광양 공장은 호주에서 수입한 리튬정광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 생산하는 설비다. 2024년 완공 예정인 아르헨티나 공장은 자체 소유한 리튬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 가공해서 자동차용 수산화리튬으로 생산하는 일괄 생산라인으로 여기에만 총 9,500억원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리튬은 미국에 건설중인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공장으로 보내져 GM과 LG 합작의 얼티엄셀즈에서 배터리로 만들어진 후 GM의 전기차에 사용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 그룹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2만5,000톤 규모의 추가 증설도 고려하고 있다.
양극재 제조업체 에코프로비엠(247540)을 보유한 에코프로 그룹은 리튬 생산부터 양극재 제조, 배터리 재활용까지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인데, 수산화리튬 생산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담당하고 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2020년 4월 포항 영일만에 수산화리튬 생산공장 착공식을 개최하였고, 총 73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리튬 함량이 80% 이상인 하이 니켈 배터리에 사용되는 수산화리튬은 10마이크로미터 크기로 미세가공하는 공정이 추가 필요하다. 현재 중국계 LFP 배터리나 NCM 532, NCM 622 배터리에는 이 정도로 미세가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중국의 리튬업체로부터 수입된 리튬을 10마이크로미터 크기로 미세가공하는 업체들이 리튬 관련주로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대보마그네틱(290670), 금양(001570)이 그들이다.
2차전지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탈철기 제조업체인 대보마그네틱은 최근 수산화리튬 가공 등 2차전지 소재산업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일 대보마그네틱은 17억원 규모의 2차전지 소재 임가공품 공급 계약을 공시한 바 있다. 현재 3,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을 처리할 수 있는 라인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보마크네틱은 지속적인 설비 증설을 통해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향 수요에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발포제 전문기업 금양은 발포제 제작에 사용되는 미세입자 균질가공 기술을 활용하여 수산화리튬 가공사업에 뛰어 들었다. 최대 1만8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가공라인을 완성하고, 국내 양극재 업체 등으로의 납품을 추진 중이다. 금양은 또한 NCMA 배터리에서 화재위험을 줄여주는 지르코늄 첨가제 사업에도 진출해 꾸준히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b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