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초등생이에요” 애원에도 성폭행…'혐의 불분명' 이유로 풀려나

신상정보 녹음하고 '즐거웠어요' 문자 보내라 강요

가해자 "동의한 성매매, 초등생인줄 몰랐다" 주장

경찰, 체포했지만 檢 '긴급 아니다' 결정에 풀어줘

초등학생을 무인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20대 스키강사가 ‘혐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이미지투데이초등학생을 무인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20대 스키강사가 ‘혐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이미지투데이




초등학생을 무인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혐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지난 17일 MBC 보도에 따르면, 스키강사 박모(25)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초등학교 6학년생인 A양을 무인텔로 데리고 가 성폭행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스키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학생들에게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했고, 휴대전화 사진을 본 뒤 A양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남학생들은 A양이 초등학생이라며 만류했지만 박씨가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해바라기센터 진술서에 따르면, A양은 사건 당일 알고 지내던 중학생 오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A양은 “전화를 받았더니 박씨가 ‘파티를 하러 데리러 오겠다’고 했고, 30분 뒤 차를 끌고 집 앞으로 왔다”고 진술했다. 당시 차량에는 동네 중고생 오빠 2명도 함께 있었으나, 이들은 함께 가지 않고 잠시 뒤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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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담배를 산 뒤, A양을 데리고 무인모텔로 향했다. 해당 모텔은 직원이 거의 없어 초등학생을 데리고 들어가도 출입을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MBC에 따르면 모텔에 들어간 박씨는 미성년자인 A양에게 맥주를 마시라고 권하며 “조건만남을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A양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집에 보내달라”고 애원했으나, 박씨는 “반항하면 때린다”며 A양을 협박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A양은 “전화기를 뺏어서 자기 엉덩이 밑에 먼저 뒀다. 한 5분 동안 계속 (목도) 졸랐다. 그리고 핸드폰을 침대 밖으로 던졌다”고 했다.

A양은 박씨가 모텔을 나오기 전 자신에게 신상정보를 말하게 한 뒤 녹음을 했다고 밝혔다. A양은 “‘이름을 말하라’고 하고 그 다음에 ‘생년월일을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조건만남 30(만원)에 수락합니다’라고 얘기하라고 시켰다”고 밝혔다. 또 A양이 목소리를 떨자 녹음을 계속해서 다시 시켰다고도 전했다. 성폭행 이후 새벽 2시가 다 돼서야 A양을 풀어준 박씨는 A양에게 ‘오늘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봐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양이 이튿날 친한 언니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박씨를 긴급체포했으나 ‘긴급한 사안이 아니고, 혐의도 불분명하다’는 검찰의 결정에 따라 박씨를 풀어줬다. 박씨는 조사에서 “서로 동의한 성매매고, 초등학생인지도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여전히 스키강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A양의 부모는 A양이 사건 이후 이틀 넘게 하혈하는 등 신체적 피해를 입었으며, 좁은 동네에서 박씨를 마주칠까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A양의 아버지는 “(박씨가) 풀려났다는 얘기를 듣고서부터 애가 엄청 불안해했다. 현관 비밀번호를 바꿨다. 2차가해 위협이 된다”고 했다.


이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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