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치열하다. 지금까지는 전기차가 처음 등장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발생기’였다면, 올해부터 내연기관차가 본격적으로 전기차로 전환되는 ‘이행기’로 접어들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모빌리티쇼 등에서 ‘컨셉카’로 등장했던 전기차들도 하나둘씩 양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 출시한다고 공개된 전기차는 지난해의 2배 가량인 45종에 달한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내연기관차 경쟁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기차 춘추전국시대’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각 사가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전장이다. 가장 먼저 깃발을 들고 일어난 곳은 아우디다. 4도어 쿠페형 스포츠 전기차인 E-트론 GT가 선봉장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E-트론 GT는 최고출력 522마력에 정지부터 시속 100㎞까지 4.1초밖에 걸리지 않는 ‘괴물 전기차’다. 고성능 버젼인 RS E-트론 GT는 그보다 짧은 3.3초의 제로백을 자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S 450+ AMG 라인’으로 맞선다. EQS는 벤츠의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에 대응하는 전기차로 '진보적인 럭셔리'를 표방한다.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차세대 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하이퍼스크린’이 적용됐다. 디지털 계기판과 두 개의 11.6인치 풀 HD 터치스크린이 연결돼 하나의 파노라믹 스크린으로 구현된 게 특징이다.
BMW는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iX의 고성능 버젼 ‘iX M60’으로 맞불을 놓는다. 619마력의 최고출력, 최대 토크 112.2㎏·m을 발휘해 BMW의 '고성능 M배지’가 어울리는 차량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WLTP 기준 약 566㎞에 달한다.
바뀌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각 사가 어떤 가격 정책을 펼칠지도 주목된다. 우선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낸 폴스타는 폴스타2 모델의 기본 가격을 5,490만원으로 설정했다. 전기차 보조금을 100% 지급받을 수 있는 차량 가액인 5,500만원에 판매가를 맞춘 것이다.
미국 판매가격이 약 5,900만원(4만9,346달러)인 볼보 XC40 리차지, 5,367만원(4만4,995달러)인 아우디 Q4 E-트론이 국내 판매가를 5,500만원 이하로 맞출지도 소비자들의 관심사다. 미국 최저 판매가가 약 6,600만원(5만5,400달러)인 BMW I4는 보조금을 50%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폭스바겐은 국내 출시 첫 전기차인 ID4를 통해 현대차·기아가 점유하고 있는 대중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 ID4는 폭스바겐의 첫 전용 전기차로 올해 상반기 국내 출시가 예상된다. ID4의 유럽 판매가는 약 4,800만원(3만4,995유로)이다. 국내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보조금을 받고 3,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배터리 문제로 출시가 밀리고 있지만 쉐보레 볼트 EV와 볼트 EUV도 올해의 기대주 중 하나다. 볼트EV와 볼트EUV는 뛰어난 가성비로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볼트 EV는 단일 트림인 ‘프리미어’ 등급이 4,130만원으로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을 경우 2,000만원대로 구입이 가능하다. 볼트 EV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버젼인 볼트 EUV는 최저가가 4,490만원이다.
830㎞의 주행거리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루시드 에어’, 전기 픽업트럭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리비안 R1 T’는 국내 출시될 경우 전기차 시장에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출시가 미뤄지고 있는 테슬라 로드스터와 사이버트럭의 연내 출시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