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유럽에서 시장점유율 8%를 돌파했다.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7%를 달성한 데 이어 2년 연속 최고 기록을 올렸다.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연간 100만 대 판매도 회복했다.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도 줄어 올해는 유럽 자동차 시장 ‘톱3’ 진입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유럽자동차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지난해 유럽에서 101만 8,563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84만 1,033대)과 비교해 무려 21.1% 증가한 성적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럽 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1.7% 급감했지만 현대차그룹은 1%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체 유럽 시장 판매가 역성장했음에도 판매량 확대로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시장점유율은 현대차가 4.4%, 기아가 4.3% 등 총 8.7%로 집계됐다. 오랜 기간 유럽 시장에서 상위권을 지켜온 자동차 회사들은 부진을 이어갔다. 현대차그룹보다 판매량 순위에서 앞선 폭스바겐그룹·스텔란티스·르노그룹은 일제히 전년 대비 판매량이 줄었다. 1위인 폭스바겐그룹은 주요 브랜드인 폭스바겐(-6.2%)의 판매가 꺾이면서 그룹 전체 판매도 3.7% 감소했다. 연간 판매 300만 대선도 무너졌다. 같은 기간 스텔란티스와 르노그룹은 각각 1.6%, 10.9%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BMW그룹과 도요타그룹은 전년과 비교해 판매량을 소폭 회복했지만 한 자릿수 증가율에 그쳤다. 유럽 내 판매량 10위권 내 자동차 회사들 중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것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특히 르노그룹과의 판매량 격차가 6만 5,000대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올해 3위 진입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유럽 시장에서 친환경의 강세가 본격화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전기 모델이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점도 올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13만 5,408대다. 지난해 10월 유럽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연간 10만 대를 넘어선 뒤 두 달 만에 3만 대가 추가될 만큼 현지 호응이 높다. 전년 대비로는 41.2% 급증한 수치다. 차종별로는 니로EV(4만 7,306대), 코나EV(4만 3,979대) 등 기존 전기차가 꾸준한 인기를 보였고 전용 전기차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힘을 보탰다. 지난해 5월 유럽에 진출한 아이오닉 5는 7개월간 2만 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량이 집계되기 시작한 EV6도 누적 8,026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유럽 내 성과도 기대된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5월 유럽에 진출해 G70·GV70·GV80 등 신차를 선보였지만 아직까지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는 G80 전동화 모델과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모델 GV60 출격이 예고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전 세계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하려면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현지 고급차 브랜드의 입지가 확고한 만큼 올해부터는 보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