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기술은 세계적으로 매우 앞선 수준에 있습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거의 100% 국산화했습니다.”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은 18일 이뤄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기술력에 대해 이같이 자신감을 나타냈다. 위성 분야 선도국인 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80~90%에 달한다는 것이다. 최 실장이 국산 위성 기술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은 그가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위성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특히 위성용 소프트웨어 국산화의 주역이었다.
그가 위성 개발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0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당시 KAI의 아리랑위성 2호 공동개발팀에 참여해 위성의 두뇌 역할을 하는 ‘탑재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다. 입사 전 연세대 및 동 대학원에서 그가 전공한 것은 각각 천문대기과학·천문우주학이었지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아 소프트웨어 개발 임무가 주어졌다. 최 실장은 “연세대 대학원에서 재학하던 시절 컴퓨터공학·전산학에도 관심이 있어 공부를 하다 보니 아파치웹서버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웹서버를 설치하고, 우리 학과 홈페이지도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졸업 후 KAI에서 아리랑위성을 개발하는데, 탑재 소프트웨어를 코딩하기 위한 프로그램 언어인 C와 ‘어셈블리어’를 독학하다시피하며 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덕분에 위성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 기뻤다”고 회상했다. KAI에서 5년간 재직하며 아리랑위성 2호용 탑재 소프트웨어까지 완성한 최 실장은 2005년 민간 우주산업체 쎄트렉아이로 이직했다. 당시 쎄트렉아이는 벤처기업 규모였지만 임원이 직접 찾아와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며 스카우트 제의를 한 진정성에 감명돼 이직을 결심했다고 최 실장은 전했다. 그는 쎄트렉아이 입사 이후 3년여간 소프트웨어팀장직을 맡아 두바이 수출용 지구관측위성 ‘두바이셋’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기여할 수 있어 뿌듯했다. 다만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관리직보다는 연구 업무에 몰두하고 싶어 2012년 11월 천문연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천문연의 우주감시센터는 우주물체를 파악하기 위한 레이저 추적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최 실장은 해당 시스템의 운영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그는 “석사 과정으로 재학 중 우주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있어 졸업논문으로 미국 이리듐 통신위성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인공위성 충돌 및 파편 발생 위험성을 분석했는데 10년 뒤인 2009년 이리듐 위성과 러시아 코스모스 위성이 실제로 충돌하고 대량의 파편이 발생해 깜짝 놀랐다”며 “1999년에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우주쓰레기에 대한 과학계의 인식이 많지 않았는데 당시부터 공부했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우리나라의 우주물체 감시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1972년 서울 △연세대 천문대기과학과 △연세대 대학원 천문우주학과(석·박사)△KAI 아리랑위성 2호 개발 △쎄트렉아이 두바이셋 개발 소프트웨어팀장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