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LG엔솔에 '빚투'…마통 하룻새 1.2조원 급증

■ 공모주 청약광풍 파장

시중銀 4곳 마통 잔액 43.3조원

이틀간 신규통장 수 2,700개 육박

신한은행선 MMF 출금한도 소진

DSR 규제로 임직원 청약 미달도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KB증권 한 지점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다./성형주 기자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KB증권 한 지점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청약 열풍이 은행권에도 파장을 일으켰다. 4대 은행에서만 단 하루 만에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1조 2,000억 원 넘게 늘었고 이틀간 새롭게 개설된 마이너스통장도 2,600개가 넘었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공모주 청약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려는 수요가 몰리며 사그라들었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도 되살아나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의 18일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3조 3,559억 원이다. 청약 전날인 17일과 비교하면 하루 사이 잔액이 1조 2,122억 원 늘었다. 금융 당국은 농협을 포함한 5대 은행의 한 달 신용대출 증가분을 2조 원 이내로 관리한 바 있는데 4대 은행에서만 하루 만에 이의 절반 가까운 대출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청약 ‘눈치 싸움’이 치열했던 19일 대출 규모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4대 은행에서 신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도 17일 1,270개, 18일 1,368 개로 총 2,638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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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과 비교하면 더 급진적인 변화다. 10일 시중은행 4곳의 마통 잔액은 41조 7,889억 원이었지만 8일 사이 1조 5,670억 원 늘었다. 10일 신규 개설된 마통도 996개로 1,000개에 못 미쳤다.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10일 116조 7,279억 원에서 18일 118조 1,777억 원으로 1조 4,498억 원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증거금 납입을 위한 거액이 빠져나가면서 일부 시중은행의 당일 머니마켓펀드(MMF) 출금 한도가 소진되기도 했다. MMF 당일 출금 한도는 전체 MMF 잔액의 5% 혹은 100억 원 중 큰 금액 범위 내로 제한된다. 신한은행은 전날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폭주로 대부분의 MMF 출금 한도가 소진되자 청약 마지막 날인 이날 조기 한도 소진을 우려해 긴급 자금이 필요한 고객은 지급 예약을 걸어두라고 안내하라는 내부 공문을 띄우기도 했다. 국민은행도 각 영업점에 MMF 한도 소진 시 추가 출금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고객에게 안내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우리은행도 이날 오전 유사한 내용의 공문을 전 영업점에 내렸다. 은행권은 MMF 한도 소진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강화된 가계 대출 관리 영향으로 대출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이미 규제 지역 내 아파트 등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이용 중인 차주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규제에 걸려 공모주 청약에 필요한 추가 대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까지 이용 중인 차주라면 1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은 아예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 대상 우리사주 청약이 미달된 것도 강화된 DSR 규제가 주요 이유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 대상 우리사주 청약에서 총 850만 주 중 34만 5,482주의 실권이 발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들은 직급에 따라 최대 1,500주까지 청약 가능했기 때문에 최대 필요 자금은 4억 5,000만 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임직원을 위한 자사주 취득 자금 대출 등 보완책을 마련해도 이미 신용대출을 최대 한도까지 받았다면 자사주 취득 자금 대출 등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추가 실탄을 확보하지 못한 임직원은 대출 장벽에 가로막힌 셈이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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