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이 매파 성향을 강화한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최근 일주일간 미국 기술주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공격적 베팅을 이어나갔다. 기술주 중심의 투자 성향 고수하고 있지만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들이 사들인 종목의 성과는 부진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은 프로쉐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였다. 이 기간 서학개미들은 TQQQ를 1억 455만 달러(1,243억 원)를 순매수했다.
TQQQ는 나스닥100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나스닥100은 2,600여 개의 나스닥 기업 중 금융주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으로 구성되며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테슬라, 아마존, 엔비디아 등이 포함돼 있다. TQQQ는 지난해 서학개미들이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이었지만, 연초 지수가 아래로 움직이면서 손실 위험이 커졌다. 이달 12일 이후 미국 나스닥지수는 5.6% 하락했고, TQQQ는 같은 기간 15.68% 급락했다.
매수 2위는 테슬라다. 금리 인상 사이클에 대비해 기술주를 정리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19일 테슬라는 전일 대비 3.38% 하락한 995.65달러에 마감했다. 한 달 만에 주가가 1,000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이며 지난 일주일 동안에도 10.00% 하락했다. 다만 전일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는 테슬라의 올해 차량 인도량을 기존 138만 대에서 153만 대로 높이면서 목표주가 1,300달러를 유지했다. 파이퍼샌들러는 예상보다 강한 작년 4분기 차량 인도 규모를 반영해 전망치를 올렸다면서 텍사스와 독일 신규 공장 가동과 소프트웨어의 판매 증가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룰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수 3~4위는 미국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IVV)와 SPDR S&P500 ETF(SPY)가 각각 차지했다. 서학개미는 IVV를 7,748만 달러, SPY를 7,673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매수 5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3X ETF(SOXL)다. SOXL은 ICE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며 퀄컴, 인텔, 엔비디아, AMD, 마이크론 등이 주요 구성 종목이다. 답답한 하락장에서 수익을 극대화시켜보려 SOXL를 쓸어 담았지만, 높은 변동성이 부메랑이 돼 오히려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 전일 SOXL는 9.22% 급락했고, 일주일 사이에는 21.31% 떨어졌다. 이 밖에도 서학개미들은 다양한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에 관심을 보였다. S&P500 내 기술주에 3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크놀로지 불 3X(TECL)’과 미국 기술주 15개 기업의 등락률을 3배로 추적하는 ‘BMO 마이크로섹터 FANG 이노베이션 3X레버리지’(BULZ) 상장지수증권(ETN) 등도 매수 톱15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 구간에서 고변동성에 상품에 대한 섣부른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면서 방어적 태세를 갖추는 것이 수익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25~26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 인사들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지난주 나스닥 등 주요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며 “블랙아웃(연준 관계자들의 공개 발언 금지 기간) 기간 불안한 투자심리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변동성 및 퀄리티 ETF를 활용한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외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AMD, 리비안, 인텔 등 미국 대표 기술주들이 매수 상위권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지만, 수익은 저조했다. 지난 일주일간 리비안이 19.75% 급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4.69%), 엔비디아(-10.47%), 애플(-5.30%), AMD(-6.69%) 등도 큰 폭으로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