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더 세진 결집력에 '묻지마 공약'도 지지…"최저임금 1만원 꼴 난다"

[2022 대선 '포퓰리즘 착시' 심화]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 공동기획Ⅱ

-공약 비현실성·후보의지 교차분석

李 '국토보유세' 18.3%→15.9%

尹 '재개발활성화' 12.8%→12.6%

공약 비현실성에 대한 인식 약화

포퓰리즘과 유권자 일체감은 높아져

표만 의식한 공약 무리하게 추진땐

정권초반 부담 '승자의 저주'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연합뉴스




20대 대선 공약의 비현실성과 후보의 실현 의지를 통해 유권자의 포퓰리즘 인식 정도를 대선 100일 전과 50일 전 시점에 맞춰 각각 교차 분석한 결과 일체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후보 지지층의 결집도가 높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후보들이 반복적으로 공약 메시지를 내놓고 경쟁하면서 공약 이행 가능성을 유권자가 받아들이는 강도가 세진 것이다. 다만 유권자가 포퓰리즘 공약을 실현 가능하다고 인식할수록 누가 집권하더라도 정권 초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 원’ 대선 공약도 노동 표심을 의식해 집권 초 무리하게 추진하다 부작용만 양산한 채 이행하지 못하고 말았다. 표만 의식한 무리한 공약이 집권 기반을 흔드는 일종의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344명을 대상으로(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7%포인트) 2차 패널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청년 200만 원, 전 국민 100만 원’ 공약의 포퓰리즘 인식 정도는 1차 패널 조사보다 6.3%포인트 감소한 16.7%로 조사됐다. 이처럼 포퓰리즘 인식 정도가 낮아진 것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소상공인 43조 원 지원’ 공약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공약의 포퓰리즘 인식은 1차 조사(14.2%)보다 1.6%포인트 하락한 12.6%였다. 부동산 공약에서도 두 후보에 대한 포퓰리즘 인식은 약화됐다. 이 후보의 ‘250만 호 공급 및 국토보유세’에 대한 인식은 1차 18.3%에서 2차 15.9%로 낮아졌고, 윤 후보의 ‘재개발 활성화 및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역시 12.8%에서 12.6%로 소폭 하락했다. 이 같은 결과는 유권자의 포퓰리즘 일체감이 증가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1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2차 조사에도 공약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질문에서는 후보나 공약 이름을 명시해서 생길 편견을 줄이기 위해 기본소득을 빼고 청년 200만 원식으로 공약 내용만 물었다. 유권자가 인식하는 포퓰리즘 공약의 정도는 공약의 비현실성과 실현 의지를 각각 물어본 후 두 질문에 대한 응답을 교차해 측정했다. 공약의 비현실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후보가 공약을 실행할 의지가 높다고 보는 사람일수록 해당 공약을 포퓰리즘적 공약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우선 후보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공약 실현 가능성만 물었을 때 ‘청년 200만 원, 전 국민 100만 원 지급’ 공약은 총 10점 만점에 평균 7.1점(10점 만점으로 환산)으로 가장 현실성이 떨어졌다. 그 뒤로 ‘소상공인 43조 원 지원’ 공약이 평균 6.6점을 얻었다. 1차 조사 당시 청년 200만 원 공약은 7.4점, 소상공인 43조 지원은 7.3점이었다. 후보의 실행 의지를 묻기 위해 후보 이름을 공개하고 재차 질문했을 때는 ‘43조 원 지원’은 6.6점을 기록했고, ‘청년 200만 원 지급’은 6.2점이 나왔다. 비현실적인 공약의 실현 의지는 1차 조사에 비해 각각 0.2점, 1.4점씩 상승했다. 공약의 비현실성 강도는 낮아졌지만 후보의 의지는 높아진 것으로 포퓰리즘과 유권자 간 일체감이 높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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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응 서강대 교수는 “대선 100일 전과 달리 추가경정예산안을 정부가 공식 발표한 뒤 피해 지원에 대한 현실성이 높아졌고, 코로나19 방역이 재차 강화돼 피해가 커지면서 지원금 공약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코로나 피로감이 커지면서 국민들에게 지원금은 시급한 현안이 됐다”며 “후보들이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지원 규모를 키우며 표심 자극에 나설 경우 국민들이 이를 더욱 수용하는 경로 의존성이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선경 인천대 교수도 “후보 간 지원 규모를 25조 원, 50조 원, 100조 원씩으로 점차 늘리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공약 노출도가 높아졌다”며 “특히 100일 전과 달리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지지층 결집 현상도 공약에 대한 ‘묻지마식’ 지지로 이어지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경쟁-결집’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포퓰리즘 일체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집권 이후다. 유권자가 포퓰리즘에 젖어들수록 정권 초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선 이후 인수위원회가 꾸려진 뒤 대선 공약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표를 받기 위해 포퓰리즘 공약을 강화했지만 집권 이후엔 오히려 포퓰리즘 여론이 정권을 삼키는 역현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 교수는 “국민들이 느끼는 시급한 공약과 후보들이 추진하는 공약 간 인식 차이를 좁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7%포인트로 웹 조사 응답률은 94.1%였다. 1차패널 조사는 지난해 11월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여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2021년 10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인구구성비에 맞게 무작위 추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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