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우크라에 '작은 침입'은 괜찮다?...'대만 방어'이어 또 구설수 오른 바이든[윤홍우의 워싱턴 24시]

잦은 말 실수 바이든, 지난해에는 '대만 방어' 발언으로 홍역

취임 1주년 기자회견서도 러시아 관련 발언 두고 논란 촉발

'사이버 공격엔 사이버 대응' 해명했으나 발언 자체가 '사족'

"미국 유럽 뜻 모아 러시아 제재 어렵다" 속마음 들켰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될 사나이, 버락 아메리카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난히 말 실수가 잦은 정치인이다. 그가 지난 2008년 선거 유세장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버락 아메리카’라고 부른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당시 ‘버락 아메리카’로 소개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당황한 표정이 유튜브 등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총리(Prime minister)’로 부르기도 했다.

이 정도는 웃음거리로 넘어갈 수 있는데 가끔 말 실수인지 속 마음인지 헷갈리는 발언들이 나온다. 그것도 극도로 민감한 외교 안보 현안과 관련해서다.

지난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의 ABC방송 인터뷰는 워싱턴과 베이징 외교가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만을 중국이 침략하면 미국이 방어하겠다’는 식의 발언이 처음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 이후 대만에 취해온 ‘전략적 모호성’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인 상호방위조약 5조를 언급하며 “일본, 한국, 대만 등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혼란스런 철군으로 ‘동맹을 경시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적극 수습하며 한 말이다.

문제는 일본, 한국과 함께 대만을 언급했다는 것. 나토와 마찬가지로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일본과 한국이 침략당했을 때 미국이 군대를 출동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만은 별개의 문제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말실수냐 진심이냐’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바이든의 말실수에 익숙한 백악관은 당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한 게 없다”고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두달 후 CNN타운홀 미팅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베이징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시계를 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성격은 다르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구설수는 19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소규모 침입(minor incursion)’일 경우 미국의 대응 수위가 낮을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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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바이든의 발언은 물론 대부분이 강경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으며, 제재 조치에 대해선 “러시아 은행이 달러를 다루지 못할 것”이라고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략 방식과 관련 “그들의 행위가 소규모 침입 (minor incursion)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할지와, 하지 않을지 다투게 될 것”라고 말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기자회견에서는 당장 "푸틴 대통령에게 실질적으로 소규모 침입을 하도록 허가하는 것인가"라는 추가 질문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미 국무부는 이후 ‘사이버 공격에는 사이버 공격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과 준군사적 전술을 포함해 광범위한 침략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다양한 공격 방식과 관련해 미국 역시 다양한 옵션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얘기다.

러시아 장갑차들이 지난 18일 크림 반도의 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근에 탱크와 기타 중화기를 보유한 10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으며 미국 등 서방 진영은 이를 침공의 전초전으로 우려하고 있다./AP연합뉴스


하지만 러시아를 확실하게 위협해 침공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모자란 판에, 불필요한 ‘사족’을 달았다는 비판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번 주말 제네바에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담판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당장 우크라이나에서도 바이든의 발언은 ‘러시아의 소규모 침입에 대해선 미국의 제재가 없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은 푸틴을 더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 정말 창피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그의 복잡한 속내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달러 거래 금지 등과 관련한 심각한 제재 부과는 미국과 유럽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 나토와 미국, 유럽 간의 의견 조율이 결코 쉽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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