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우려로 정보기술(IT) 테크주가 고전하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내내 부진했던 식음료주가 살아나고 있다.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곡물가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올해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농심(004370)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00% 오른 32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률이 6%를 넘은 것은 지난 2020년 3월 4일 6.68% 상승한 후 2년여 만이다. 이날 코스피가 1.49% 급락한 점을 고려할 때 눈에 띄는 성과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6억 원, 128억 원을 쓸어담으며 상승을 주도했다.
이외에도 CJ제일제당(097950)이 전 거래일 대비 주가가 1.52% 올랐고 오뚜기(007310)(3.21%), 풀무원(017810)(2.68%), 하이트진로(000080)(1.33%), 롯데칠성(005300)(4.01%) 등 식음료주 대부분의 주가 흐름이 좋았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대체적으로 지난해 하반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 연초에 꿈틀대는 모양새다.
반도체 등 IT 빅테크 기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식음료 업종의 주가가 들썩인 것은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분석된다. 식음료주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금리 인상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수익률 방어가 잘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투자 피난처로 각광을 받는다.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국제 곡물가가 안정을 찾고 있는 부분도 호재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곡물가는 2021년 5~6월 고점을 형성한 후 최근 20~30% 조정을 받았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만큼 지난해와 같은 곡물가 인상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투 연구원은 “추세적인 곡물가 강세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면 판가 인상이 반영되면서 식음료 업종의 영업 마진 스프레드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올해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음식료 업종의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향후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다음 달부터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장류 판가를 평균 9.5% 올리고 농심 등 라면 업체들은 4년 만에 평균 판가를 6.8% 인상했다. 롯데칠성도 지난달 탄산음료 판가를 평균 6.8% 높이는 등 식음료 업계가 대부분의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심 연구원은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3년 차 해인데 음식료 업종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에 불과해 역사적 하단에 위치해 있다”며 “식음료주는 그동안 불안정했던 영업 환경에서 벗어나 판가 인상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