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뇌의 특정 영역을 다치게 되면 신경회로가 재구성된다. 회로를 잇는 신경세포 돌기의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서다. 이러한 신경세포 돌기의 성장 발달을 돕는 새로운 단백질이 발견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김재익·임정훈 교수팀은 ‘mtIF3’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뉴런) 발달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 성장원뿔 발달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 공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성장원뿔은 신경세포 축색돌기의 성장 방향을 잡아주는 조직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mtIF3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 번역 조절을 통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 속 기관으로, 미토콘드리아 안에 자체 암호화된 단백질(세포가 합성하는 단백질 종류 중 약 0.1% 도 안되는 단백질(13종)만이 미토콘드리아에 DNA 형태로 암호화 돼 있으며, 나머지는 세포핵에 암호화(약 2만 ~ 2만5,000종)돼 있다)들이 합성되는 과정을 미토콘드리아 번역이라 한다. 미토콘드리아에서 번역된 단백질은 에너지 합성 과정에 쓰인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형광 센서 기술 덕분에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다. 미토콘드리아 번역에 필요한 두 물질이 만나게 되면 형광이 방출되는 원리로 작동동하는 센서다. 미토콘드리아 번역이 활성화될수록 형광 세기도 더 커진다.
실험 결과 신경세포 말단에서 mtIF3 단백질을 합성하면 형광 센서에서 검출되는 형광 빛의 세기가 커졌다. 또 이 단백질을 억제했을 때는 신경세포 발달이 억제됐다. 이는 mtIF3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 번역을 활성화해 신경세포 발달을 조력한다는 증거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신경세포 말단에서 미토콘드리아를 즉각적으로 조절하는 분자기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며 “이는 살아 있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번역 변화를 단일 세포 이하 단위에서, 그리고 특정한 시공간적 순간과 위치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형광 센서 기술 활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어 “환경과 에너지 수요의 변화에 따라 세포핵 단백질 합성과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합성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 세포 기능을 조절하는지 밝히는 다양한 연구에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mtIF3 단백질이 국지 번역(합성) 단백질 중 하나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세포체로부터 완성품 단백질 대신 전사체(mRNA)를 전달받아 단백질로 바꾸는 과정을 단백질 국지 번역이라 한다. 세포체에서 단백질을 가져오는 것보다 세포 말단에서 바로 합성해 쓰는 것이 세포 기능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mtIF3는 원래 세포핵 속에 암호화된 단백질로, 미토콘드리아 번역 개시인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작고한 고 민경태 UN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mtIF3 단백질의 전사체(DNA에 담긴 단백질 정보가 RNA(mRNA)에 옮겨간 것)를 신경세포 말단에서 발견해 이번 실험을 설계했다.
민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과학분야 주요 학술지인 비엠씨 바이올로지(BMC Biology)에 2022년 1월 7일자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