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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물가 더 오를 수 있어”…금리인상 빠르게 대차대조표 ‘상당히’ 축소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연합뉴스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연합뉴스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가 나오기 전까지 상승세를 보였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급격히 떨어져 주요 지수가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0.15% 내렸는데요. 나스닥은 소폭(0.021%) 올랐지만 역시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큰 폭의 하락을 보여줬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예상대로 매파적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비둘기파적 색채를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1월 FOMC의 주요 내용 전해드립니다.

“2015년 금리인상 시기 때보다 경제 좋고 인플레 높아”…“대차대조표 축소는 상당폭”


1월 FOMC에서 알아야 할 것들은 아래 7가지입니다.

① “1월은 동결. 기준 금리 곧 올리는 것이 적절. 테이퍼링 3월 초 종료”→천재지변 없으면 3월 인상

고용시장 해치지 않고 금리인상 가능. 2015년 금리인상기 때보다 경제 좋고 물가 높아. 이것이 향후 정책속도에 함의”→더 많고 빠른 금리인상 시사

③ “금리인상이 주요 수단. 대차대조표는 금리인상 뒤 상당하게(significantly),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축소”→구체적 개시 시점과 규모 등 안 밝혀

④ “고용과 경제 강해. 오미크론 치명적이지 않으며 파도 지나가면 강력한 성장으로 복귀”

⑤ “높은 인플레 더 지속적일 수 있어. 근원 PCE 전망치 상향할 것”

⑥ “주요 하방리스크는 코로나 확산과 중국 등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⑦ “연준의 초점은 실물경제와 최대고용, 물가안정. 한두 시장 보는 것 아냐”→증시부양 기대 낮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연준은 시장 예상대로 1월 금리인상은 하지 않고 대신 3월에 올리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를 상당히 넘고 노동시장이 강해 위원회는 곧 연방기금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여 3월 초에 작업이 끝난다”고 했는데요.

연준이 3월 기준금리인상을 사실상 명확히 했다. /AFP연합뉴스연준이 3월 기준금리인상을 사실상 명확히 했다. /AFP연합뉴스


이는 연준의 특성상 구체적 숫자를 못 넣었을 뿐이지 천재지변만 없다면 3월에 올린다는 뜻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금리인상을 위한 티업”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파월 의장은 앞으로의 금리인상이 생각보다 더 많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매 회의 때마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려있느냐는 질문에 “정해진 게 없다”고 하면서도 “지난 2015년 시작된 금리인상기 때보다 경제가 훨씬 좋고 물가는 높다. 이는 정책속도에 주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로금리였던 연준은 2015년 12월 첫 금리인상(0.25%포인트)을 한 뒤 2016년에 한 번을 거쳐, 2017년 3번, 2018년에 4번 올렸습니다. 그러다 2019년 1월에 다시 금리를 내렸는데요. 파월 의장의 말을 곱씹어 보면 지난 번보다 더 많은 금리인상 가능성과 함께 모든 회의 때마다 금리인상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처럼 했습니다. 그의 말이 매파처럼 들리는 이유죠.

“고용시장을 해치지 않고도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한 것이나 “최대고용을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우선”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차례 고용과 경제가 강하다고 한 것을 주목해야 하는데요. OANDA의 에드워드 모야는 “파월 의장은의 발언을 듣고 난 뒤 더 많은 금리인상이 명확해 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차대조표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진행”…3월 FOMC서 더 구체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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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관심인 대차대조표 축소에 관해서는 별도의 성명서가 나왔는데요. 이 또한 세부 내역은 없지만 연준은 ‘상당한’이라는 의미심장한 단어를 넣어 놓았습니다. ‘상당한’의 의미가 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지금은 말해 줄 수 없다며 요리조리 피해나갔지만 양적긴축(QT)에 관해서도 의지를 내비쳤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는 금리인상 뒤에 시작되며 지난 번보다는 더 빨리 움직이겠다고 말했었지만 그 이상 추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논의가 시작되고 두세 번 회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한 번 더 회의를 해야 하며 다음 회의 때는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시장 파급력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현재 보유자산이 상당히 크다. 이를 상당히 줄어야 한다”면서도 그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며 우리는 질서정연하며 예측가능하기를 원한다”고 했는데요.

연준은 이날 대차대조표 축소의 기본 원칙을 내놓았다. 3월 FOMC서는 최소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나올 수 있을 듯하다. /로이터연합뉴스연준은 이날 대차대조표 축소의 기본 원칙을 내놓았다. 3월 FOMC서는 최소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나올 수 있을 듯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추가 공식 발표 후 적절한 대비시간을 주겠다는 말로 보입니다. 단계적 접근을 하겠다는 뜻이죠.

이날 파월은 개시시점을 두고 “올 후반(later this year) 정도인데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시장의 예측시점은 계속 빨라지고 있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차대조표 축소시작은) 여름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요. 앞서 골드만삭스는 6월 개시를 점쳤습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피어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3월 금리인상 신호를 분명히 냈다”며 “금리인상 이후에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는 그들의 계획은 우리들 생각보다 약간 더 매파적일 다음 회의 때 발표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을 보면 최소한 3월 FOMC 때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추가적인 힌트가 나올 수도 있을 듯합니다.

연준은 또 통화긴축의 핵심은 금리인상임을 명확히 해두기도 했습니다. 이는 양적긴축(QT)을 함께 해나가지만 무게중심이 대차대조표 축소보다는 금리인상에 있음을 확인한 것이죠. 시장에서는 대차대조표 축소카드를 더 활용하면 단기금리에 주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임을 언급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높은 인플레 더 지속적일 수 있어…공급망도 큰 진전 없어”


추가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파월 의장의 발언입니다. 그는 이날 “지난해 12월 FOMC 회의 이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큰 틀에서) 비슷하지만 약간 나빠졌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근원 PCE 전망치를 올리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파월 의장은 궁극적으로 물가가 다시 내려갈 것이고 다시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은 유지했습니다. 다만, 상방리스크를 눈에 띄게 언급했는데요.

그는 “지난 2년 동안 경기부양을 했던 재정정책이 약해지고 올해는 마이너스 효과를 낼 것”이라며 “공급난은 결국은 해결될 것이고 항구 문제도 해결 될 것”이라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우리가 알아낸 것은 이것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갈리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할 수 있다는 위험을 높인다”며 “지난해 봄의 높은 수준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일부 산업의 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는 전반적으로 진전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문제도 2023년까지 더 오래 갈 것 같다”고 시인했습니다.

미국 롱비치항. /AFP연합뉴스미국 롱비치항. /AFP연합뉴스


이런 파월 의장의 인플레 인식이 이날 증시의 하락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파월 의장이 연준이 공격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며 “그가 노동시장을 해치지 않고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지가 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주요 지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분석했습니다.

증시 영향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날 파월 의장은 최근의 증시 변동성에 관해 “실물경제가 중요하며 (연준의 정책목표인)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이 주”라며 “한두 개의 특정시장을 보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겉으로는 증시문제가 통화긴축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한 것인데요.

그는 “자산가격이 금융안정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당국자들이 말하는 금융안정 훼손은 대형 금융사들이 흔들리거나 망하면서 ‘뱅크런’이 발생하고 지급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일반적으로 말합니다. 증시하락은 금융안정과 관계없다는 식의 말인데요.

그러나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가려서 들어야 합니다. 증시 폭락 자체는 금융안정과 거리가 있을 수 있어도 이것이 확산하면 고용과 경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준도 공식적으로는 신경 안 쓰지만 속으로는 안 그렇다고 전직 연준 출신 인사들이 얘기할 정도니까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우리가 움직이라면 그 기준이 높아, 웬만해서는 안 움직이고 지금도 아니야”라는 정도로 이해하는 게 좋겠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매파적이었다. 그동안 시장이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 하락세로 끝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문제도 있고 좋은 일이 없다. 앞으로도 증시는 잘 해야 보합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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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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