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걱정 안 되냐고요?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이 맨날 혼자 있어서 확진자 나올 일도 없습니다.”(광장시장 한복집 사장 김상미 씨)
코로나19 3년 차를 맞은 서울 전통시장은 설 연휴를 앞두고도 이용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이다. 확진자가 1만 명대로 치솟은 데다 물가 상승, 비대면 장보기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상인들은 설 대목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았다.
28일 종로구 광장시장 앞. 점심시간인데도 입구 근처의 한 만두 가게는 손님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다. 어쩌다 포장해 가는 손님이 전부인 탓에 가게 주인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나마 음식점은 좀 나은 편. 이불·한복·수의 상점 앞 거리에는 이동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고 곳곳엔 폐업한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한복집을 운영하는 김 씨는 “예전에는 집집마다 직원 한두 명씩을 둘 정도였는데 이젠 95% 정도가 혼자 운영한다”면서 “요즘엔 예약 손님이 없으면 아예 문 닫고 가게에 안 나오는 집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한과·약과·북어 등을 판매하는 제수용품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광장시장에서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60대 A 씨는 “영업을 한다고 말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라면서 “지난해도 장사가 안 되긴 했지만 올해는 아예 명절 대목 물건 준비 자체를 안 했다. 물건이 안 팔리면 전부 재고가 되고 그러면 감당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비슷한 시각 양천구 목동 주변 중앙시장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입구부터 마지막 가게까지 5분 남짓 거리인 소규모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이날 오전 10시경 시장 전체를 통틀어 손님이 5~10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점심시간이 되자 생전집, 과일 가게, 떡집 위주로 손님이 모여들었다.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50대 B 씨는 “지난해에는 그래도 50여 년 만에 전통시장으로 등록돼서 구청에서 박스 포장을 도와주고 상품권 행사도 하는 등 도움을 좀 받았다”면서 “그때만 잠시 반짝했을 뿐 올해는 물가 상승에 오미크론도 있고 해서 손님이 더 줄었다”고 답답해했다.
문제는 이 같은 매출 부진이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매출 상인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 이후에도 전통시장의 몰락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시장에서 32년째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오 씨는 “자식에게 물려줄 것도 아니고 5년 정도만 더 하다 장사를 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옷 가게를 하는 60대 전미숙 씨도 “시장에서 파는 물품이 대형 마트보다 싸기는 한데 사람들이 싼 것만 찾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 “같이 장사하던 남편은 최근 조그만 직장에 다니고 있고 다른 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으면 할 일이 없어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숨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