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설날이 연휴라고? 그건 사치죠"…수험생의 명절은 '공부 또 공부'

2월, 많은 시험 이어지는 '시험의 달'

수험생들은 귀성 접고 공부에 매진

코로나 대유행 속 감염 예방 목적도

지난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의 한 24시 스터디 카페에 설 연휴 기간 정상 오픈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윤진 견습기자지난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의 한 24시 스터디 카페에 설 연휴 기간 정상 오픈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윤진 견습기자




“시험이 얼마 안 남았는데 설날을 연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 아닐까요”

지난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5급 국가공무원 시험 준비생 이 모(29)씨는 설날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에서 이씨의 고향인 대전까지는 KTX로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1차 시험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이씨는 이번 설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이씨는 "아무리 3년 잡고 시험 준비를 한다지만 (시험을 준비한 지) 2년째가 되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연휴에도 평소처럼 공부할 것"이라고 말하며 커피를 손에 쥔 채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민족의 최대 명절이라 불리는 설날이 다가왔지만 공무원 시험과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마음가짐은 사뭇 다르다. 설날을 연휴로 받아들이기에는 적지 않은 시험들이 목전에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2월 19일 변리사 시험을 시작으로 26일엔 공인회계사 시험(CPA)이, 27일엔 5급 공무원 공채 및 외교관 후보자 시험이 줄줄이 치러지는 탓에 2월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시험의 달'이라고까지 불린다. 이에 수험생들은 귀성을 잠시 미뤄둔 채 시험을 위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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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수험생들은 31일 서울경제에 “이번 명절 때 고향이 내려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생 이 모(25)씨는 "필기 시험이 3월 6일이라 얼마 남지 않아 평소 다니던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계속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5월로 다가온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조 모(29)씨도 마찬가지다. 조씨는 "고향이 전남 나주인데 원래는 고향에서 설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안 내려간다"며 "1차 시험은 쉬워도 2차가 어렵기 때문에 난이도를 생각하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황 모(27)씨도 "주변 고시생의 80% 이상이 연휴에도 서울에 남는 것 같다"며 "시험이 임박해서 공부할 집중하려 한다"고 전했다.

가족을 만나는 대신 비슷한 처지의 수험생들과 공부를 하며 명절을 함께 보내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최근 위치 기반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는 한 이용자가 자신을 노량진에서 회계학을 공부 중인 수험생이라고 소개하며 "설 연휴에 종일 누워 잘 것 같아 28일부터 2월 2일까지 함께 공부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수험생들이 고향 방문도 마다한 채 시험 준비에 고삐를 죄이는 것은 청년 실업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는 각종 시험 경쟁률이 높아진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질적 체감 실업률을 의미하는 '청년 확장실업률'은 지난해 12월 19.6%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는 6.4%포인트 남아졌지만 여전히 청년 5명 중 1명은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시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지난 18일 제57회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원서 접수를 완료한 수험생 수는 총 1만 5413명으로 전년보다 14.5%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경쟁률도 지난해 6.12대 1에서 올해 7.01대 1로 높아졌다.

오미크론 변이가 이끌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근 급격하게 거세진 것도 수험생들의 귀성을 단념시킨 중요 요인 중 하나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 시험을 앞두고 있는 이 모(26)씨는 “부산이 고향인데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이번 설에는 내려가지 않을 계획”이라며 “다니는 학원에서도 코로나19 전파와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 가급적 이번 명절에는 내려가지 말라는 공지가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노량진에선 지난 2020년 말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하루 앞두고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67명이 시험을 치르지 못한 바 있다.


김태영 기자·조윤진 견습기자·장형임 견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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