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 속에서 설경을 감상하는 여행도 매력적이지만 추위가 더해질수록 신록의 계절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지기 마련이다. 제주도에 가면 한겨울에도 초록빛으로 가득한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제주 곶자왈이다. 오름과 함께 제주를 대표하는 곶자왈은 화산활동 분출한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지대에 형성된 생태계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나무, 덩굴이 뒤섞인 수풀을 의미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 방언이다. 오랜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곶자왈은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원시림을 이루며,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한다.
제주도 서쪽 청수마을은 곶자왈도립공원 한 켠에 자리한 작은 시골마을이다. 여러 제주 곶자왈 중 한경·안덕곶자왈에 포함된 구간으로 청수곶자왈은 제주 4대 곶자왈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이유가 섬다래와 빌레나무, 개가시나무, 가는쇠고사리 같은 희귀 식물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수곶자왈에서 자생하는 수종의 70%를 차지하는 종가시나무는 1년 내내 푸르름을 유지하는 늘푸른나무다. 청수곶자왈을 대표하는 백서향은 2월부터 꽃을 피워 달콤한 향기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탐방로는 걷는 과정에서 백서향의 그윽한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곶자왈은 깊은 숲길을 걷는 과정이라 무턱대고 혼자서 찾아갔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청수마을 주민해설사가 동행하는 '청수곶자왈 탐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곶자왈의 역사와 생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편안히 걸을 수 있다. 둘레가 총 2.48㎞인 청수곶자왈은 해설을 들으며 둘러보는데 넉넉히 1시간30분. 탐방로가 대부분 흙길이라 운동화 착용은 필수다. 숲이 우거진 곶자왈의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불거나 어느 정도 비가 내려도 탐방에는 별 지장이 없다.
탐방을 마치고 마을에서 운영 중인 '추억의 고무신 꾸미기' '나만의 머그잔 만들기' '수면등 만들기' 같은 체험에도 참여할 수 있다. 월·수·금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하루 두 차례씩 진행된다.
청수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예술곶 산양이 자리한다. 예술곶 산양은 폐교한 산양국민학교를 지역 예술가의 창작공간으로 꾸며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3월까지 '2021 예술곶 산양 레지던시 결과 보고전 : 산양연회'가 이어지는데, 이곳에 머물며 곶자왈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푸른 잔디가 깔린 옛 초등학교 운동장은 유년시절을 추억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인근 바닷가로 나가면 용수항에 자리한 성김대건신부제주표착기념관이 볼거리다. 용수항은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한국인 최초로 사제품을 받은 뒤 조선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표류 끝에 첫 발을 디딘 곳이다. 김대건 신부는 배에서 내리지마자 첫 미사를 올렸고, 한국 천주교에서는 이곳을 성지로 삼았다. 기념관에서는 김대건 신부가 타고 온 라파엘호를 비롯해 입국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념관 왼쪽에 어둠을 밝히는 등대 모양 기념성당이 있어 천주교 신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용수항 바로 앞은 차귀도다. 용수항 인근 차귀도 포구로 가면 유람선을 타고 10분 만에 차귀도에 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