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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날렸어요…재산 약탈하는 물적분할 막아주세요" [코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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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또 다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기업의 물적분할을 금지시켜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가 투자한 기업이 중국 자회사를 한국에 상장한다고 발표하면서 모기업 주가가 연일 폭락해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글쓴이는 미국은 물적분할이 금지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물적분할은 국민의 재산을 약탈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맞는 말일까요?



최근 기업들의 물적분할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당장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기업인 LG화학의 주가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물적분할’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코주부레터’에서는 물적분할에 대해 조금 자세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물적분할이 뭔가요?


기업은 여러가지 이유로 회사를 분할할 수 있습니다. 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두 가지로 나뉩니다. 말이 어렵습니다. 한자어로 돼 있어 더 그런 듯합니다. 인적분할은 분할 후 새로 만들어지는 기업의 주식을 기존 회사의 지분율대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반면 물적분할은 분할 후 신설 회사의 지분을 분할 전 기업이 100% 소유하는 방식입니다. 그래도 헷갈리기는 하는데요.



에디터는 이렇게 이해하니 좀 덜 헷갈리더라고요. 분할 후 신설 회사의 주식 등 자산이 사람(주주)에게 주어지는 분할을 인적(人的)분할, 그리고 물건(엄밀히 따지면 법인이 물건은 아니지만요)인 기업에 주어지는 방식이 물적(物的)분할. 주주는 여러 사람이니까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대로 신설 회사의 주식을 나누는 거고, 기업은 하나인 만큼 기존 회사가 신설 회사 주식의 100%를 보유하는 것이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용어와 의미가 연계돼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물적분할 논란의 핵심은 자회사 상장 후 모기업 주가 하락


사실 최근의 논란은 물적분할 자체보다도 분할 후 신설되는 자회사들이 주식시장에 새로 상장된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설 회사가 상장하는 물적분할은 모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원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다른 문제점도 많이 제기되지만 이게 제일 커 보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아주 유망한 B라는 사업이 있는데 투자자들은 이 사업에 대한 기대를 갖고 A기업에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B가 너무 유망한 사업이어서 A기업은 이 사업을 더 키우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싶습니다. 내부에서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괜찮지만 부족하다면 A기업은 투자금을 외부에서 가져와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모으겠죠. 하지만 채권을 발행하면 A기업의 재무상태가 나빠지고,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기존 주주, 특히 지배주주의 부담이 커집니다.

그래서 A기업은 해당 사업부를 B라는 기업으로 물적분할합니다. B가 그대로 A기업의 100% 자회사로 남아 있다면 기존의 A사 내에서 B사업이 벌어들일 돈이 자회사 B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바뀌었을 뿐이겠죠. A기업 주주 입장에서는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용납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B사가 상장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상장을 하면 B사에 새로운 주주들이 생깁니다. B사가 벌어들인 돈은 앞으로 A사와 B사의 주주들이 나눠 갖게 됩니다. A사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도 줄어들겠죠. 그러니 A사의 주가도 떨어집니다. 이른바 ‘지주사 할인’입니다.

특히 배당에 박한 우리 기업들의 경우 이 할인율(순자산가치(NAV)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심합니다. 기업의 이익이 주주환원으로 이어지지 않다 보니 자회사의 이익이 모회사에 바로 이전되지 않게 됩니다. LG, SK 등 주요 지주사들의 할인율이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식의 모기업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사업부가 분사한 SK온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카카오도 비슷합니다. 한때 카카오의 사업이었던 게임과 웹툰, 온라인쇼핑 등은 자회사로 분할된 후 상장을 했거나 상장할 예정입니다. 이제 카카오는 이들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유력 자회사들이 앞으로 더 상장을 하게 되면 카카오가 빈껍데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업분할제도

기업분할제도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상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습니다. 주된 도입 목적은 외환위기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취약해지자 신속한 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업분할제도 도입 이전에는 기존 기업이 자본을 출연해 사업체를 떼어내는 ‘분사’ 방식이었습니다. 자본금을 출연하고 새로 법인을 세우는 것이니 분할제도보다 더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겠죠. 적자 사업부를 떼어내 기업 전체에 줄 수 있는 악영향을 제거하고 경영효율화를 통한 독자 생존, 또는 매각 등의 절차를 쉽게 하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지금도 이런 목적의 물적분할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대한제당이 대표적입니다. 대한제당은 회사의 사료사업 분야를 따로 떼어내 티에스무지개사료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사료사업은 매출 기여도는 컸지만 적자가 지속되는 사업이었습니다. 이를 떼어내 경영효율화를 꾀해보겠다는 것이 대한제당의 설명입니다. 이런 물적분할은 시장에서 환영합니다. 실제로 첫 분할 공시를 낸 지난해 11월 12일 대한제당의 주가는 1.2%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물적분할은 모기업의 최대주주(지배주주)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신설법인의 경영을 좌지우지해 모기업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거나,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소액주주가 희생된다는 지적도 있고요. 그리고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간의 이해상충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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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자는 건가요?


물적분할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앞의 국민청원에서 글쓴이는 미국에서 물적분할이 금지돼 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미국 역시 물적분할이 가능합니다. 다만 우리처럼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해 모기업과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2019년 기준 미국 증시의 경우 5,348개사 중 모기업의 지분율이 30% 이상인 모·자회사가 동시 상장된 경우는 76개사(1.41%)뿐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꽤 높아 17%에 달한다고 하고요. 하지만 모회사의 재무 건전성, 자회사의 경영 독립성, 모자회사간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필요시 상장을 제한할 수는 있다네요.



현재 시장에서는 물적분할 후 상장을 하게 되면 모기업 소액주주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듯합니다. 이 때문에 물적분할 후 기존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렇습니다.



①주식매수청구권: 현재 단순 물적분할일 경우 기존 주주들이 이 사안에 반대할 경우 자신의 주식을 회사가 매입하도록 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없습니다. 앞으로 물적분할할 경우에 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 분할 이후 발생하는 모기업의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 주자는 취지입니다. 다만 걸림돌이 있습니다.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는 물적분할에도 청구권을 부여할 지, 또 상장할 계획이 없었는데 상황이 바뀌어 추후에 상장을 결정하게 되면 어떻게 될 지, 상장을 하지 않더라도 제3자에게 일부 주식을 매각할 경우는 또 어떻게 되는지 변수가 많습니다.

②신설법인 신주 우선배정: 신설법인이 상장할 경우 신주에 대한 공모 절차가 진행되는데 기존 모기업 주주들에게 신주를 우선배정하자는 대안입니다. 문제는 기존 모기업 주주들에 우선 배정해야 할 신주의 규모를 확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터무니없이 적을 경우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그대로 일 겁니다. 반대로 규모를 키운다면 기업의 지배구조가 약화될 수 있겠죠. 일반 소액주주들에게 추가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자금력이 없는 투자자들은 우선배정 물량을 포기하고 결국 자본이 많은 사람에게 지분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③신주인수권: 신주 우선배정과 비슷하지만 신주인수권은 자신이 인수를 포기하더라도 권리가 없어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래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합니다. 다만 신주인수권 부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만 고치면 되는 공모주 우선배정, 주식매수청구권과 달리 상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소액 주주 가치 훼손 금지 의무화 해야


사실 일각에서는 물적분할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소액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합니다. 물적분할이 일반적으로 소액 주주들에게 불리함을 알고도 ‘이론적으로 또는 장부상으로는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다’는 말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핵심인 주주가치 훼손 금지를 상법에 포함하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지난 6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자회사 물적분할 동시 상장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장하는 주주이익 포함기준(SIS·Shareholder Interest Inclusion Standard)’을 상법에 규정하자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지금 상법과 대법원 판례는 회사 경영상 주요 결정을 하는 이사에게 주어진 의무는 보호 대상을 회사(회사계좌) 이익에 한정해 놨는데 일반 주주의 이익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SIS를 도입한다면 회사의 이사회가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물적분할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사실 미국 증시에서 모·자기업 동시 상장이 적은 것도 바로 이런 규정이 실제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올해에만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이마트의 자회사 SSG닷컴,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등 굵직한 자회사 상장들이 남아있습니다. 논란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논란이 거세질 만큼 다양한 해법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디 개인 투자자들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기를 <코주부 레터>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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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코주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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