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韓 RCEP 발효되자…"식품수입 규제 풀라"는 日

■2월1일부터 '세계최대 FTA' 국내 발효

한일 갈등 속 첫 자유무역협정 효과

日 관방장관, 후쿠시마産 개방 압박

산업부 "통상적 발언…협정과 무관"

무역상품 관세 철폐율 83~94.5%

韓, 車·게임·영화 등 수출확대 기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국내 발효와 동시에 일본 정부의 발목 잡기가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이어진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어깃장이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RCEP 비준서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사무국에 기탁했고 협정문 내 발효 규정에 따라 비준서 기탁일로부터 60일 이후인 1일부터 협정이 발효됐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참여국의 무역 규모, 국내총생산(GDP), 인구 모두 전 세계의 30%에 달한다. RCEP 참여국의 명목GDP 규모는 2019년 기준 총 26조 3000억 달러, 인구는 22억 6000만 명, 무역 규모는 5조 4000억 달러다.



특히 RCEP 발효로 한국은 일본과 처음으로 FTA를 맺는 효과가 생겼다. 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모두 83%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는데 산업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10~20년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거나 일정 기간 현행 관세를 유지하다 이후 단계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이른바 ‘비선형 관세 철폐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완성차·기계 등 주요 공산품과 쌀·고추·마늘·양파·사과·배·명태 등 농·축·수산물이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장기 관세 철폐 품목에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 아세안·중국·호주·뉴질랜드와는 이미 FTA를 맺었다. 하지만 한일 FTA는 정치적 이슈로 한일 관계가 부침을 겪었고 일본 제품에 대한 경쟁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지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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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금지 철폐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는 RCEP가 국내에서 발효된 직후 한국 정부를 향해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철폐를 주장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철폐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한국에 수입 규제 조기 철폐를 계속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이후 세계 55개 국가·지역은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한 일본산 식품 수입을 규제했다. 한국·중국 등 인접국을 포함한 13곳은 지금도 수입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마쓰노 장관의 해당 발언을 ‘통상적인 발언’이라며 협정 발효와 수입 규제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RCEP 발효로 한일 간 새로운 협력 채널이 생긴 만큼 이를 통해 일본 수산물 수입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RCEP 5.17조에 따르면 향후 2년간 식품위생 관련 분쟁은 조정 검토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은 계속 후쿠시마 수산물 관련 요구를 내놓겠지만 우리가 일본의 요구를 100% 들어줄 이유는 없는 것”이라며 “대일 무역 적자 악화와 수산 시장 개방 압력 요구 모두 우리가 방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이 CPTPP 가입 과정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를 재차 요구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RCEP 발효로 자동차·부품, 철강 등 주력 상품과 온라인게임·애니메이션·영화·음반 등 서비스 시장 개방이 확대되고 해당 분야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도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역내 국가 간 원산지 인정 기준을 통일하는 단일 원산지 기준 도입과 누적 원산지 범위 확대, 인증 수출자 자율 발급 등 제도를 통해 한국 기업의 FTA 활용 부담이 줄어든다. RCEP 회원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2020년 기준 269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상품 무역에서 관세 철폐율은 한일 간 83%를 비롯해 한·아세안 간은 국가별로 91.9~94.5%, 한국과 중국·호주·뉴질랜드 간은 91% 등이다.

한편 산업부는 중소·중견 기업의 RCEP 활용을 돕기 위해 전국 지역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지원 센터에서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달 중순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18개 지역 FTA 활용 지원 센터에서 개최되는 이번 설명회에서는 산업부와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지역 세관 등 관련 기관이 협업해 RCEP에 관한 정확하고 신속한 활용 정보를 제공한다.


세종=우영탁 기자·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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