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증시 저점 신호?…주가 하락에 줄잇는 자사주 매입

코스피·코스닥 올해 11~15% 하락

29개 기업 4470억어치 취득 공시

"기업가치 대비 낙폭 커" 확신한듯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올 들어서만 각각 11%, 15% 이상 내리는 등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부쩍 늘고 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이익이나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할 때 이뤄지는 경우가 잦다는 점을 볼 때 ‘바닥 신호가 강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안정 및 주주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내세우며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기업은 총 2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미래에셋증권(006800)·한화·신영증권 등 12개 기업만이 자사주 취득 공시를 냈던 것을 볼 때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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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 기업이 매입하겠다고 밝힌 자사주 규모는 44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입 규모가 100억 원 이상인 곳도 12곳에 달했는데 우선 셀트리온(068270)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각각 1000억 원, 500억 원의 자사주 매입 방침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또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039490) 등도 최근 836억 원, 440억 원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냈고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대한제강(084010)SNT모티브(064960)·NICE·인선이엔티·고영·HDC랩스 등도 100억~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공시했다.

법인뿐 아니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신약 개발 기업인 메드팩토의 김성진 대표이사는 올 들어 약 1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대한전선 역시 나형균 사장을 포함한 12명의 경영진이 2억 5000만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가구 업체인 한샘은 지난 2개월간 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재차 취득하겠다고 알림과 동시에 김진태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1억 원치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공격적인 자사주 취득에 나서기도 했다.

늘어난 자사주 취득은 최근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하락한 것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자사주 취득은 기업 내부에서 평가했을 때 주가 하락 폭이 기업 가치 대비 지나치게 낮아졌다고 판단했을 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회사 상태를 가장 잘 아는 회사가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의미이므로 주가가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경영진 대다수는 앞으로 기업 가치 제고와 주가 상승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여겨진다. 실제 대한제강의 경우 시가총액의 10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알리면서 이후 3거래일간 주가가 27.5%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주가 상승기에 다시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기업들도 적지 않으니 자사주 취득의 내용적인 면도 잘 살펴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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