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증빙 자료를 제때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선 변호인 청구를 기각 당한 뒤 변호인 없이 유죄 판결을 받은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한 판결이라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협박 혐의를 받는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환송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본인이 운영하던 회사가 피해자 B씨가 운영하던 회사에 합병된 뒤 계약 당시 1억 원을 받기로 했다고 주장하며 B씨를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B씨에게 ‘넌 상장 못해’,‘내일이면 모든 게 끝나’라는 등 174회에 걸쳐 불안감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비리를 저질렀다는 취지의 제보를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심과 2심은 “메시지의 횟수나 내용, 그로 인해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면 A씨의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재판에 과정 상 문제가 있다고 보고 판결을 파기했다. A씨가 1심에서 이미 본인이 기초생활수급권자라는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선변호인 청구 당시 해당 자료를 다시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국선변호인 청구를 기각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A씨는 변호인 없이 홀로 재판에 출석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A씨는 ‘현재의 가정형편 상 개인적으로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렵다’는 점을 소명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심은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줬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를 기각했기 때문에 A씨가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한 점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