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기자의 눈] 시장 마비는 시장 안정이 아니다

이덕연 건설부동산부 기자






올해 1월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3일 기준으로 4건이었다. 일주일에 한 건꼴로 거래가 이뤄졌다. 용산구에는 총 3만 7676가구의 아파트가 있다. 전체 아파트 가구 수 대비 거래 건수 비율은 0.0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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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거래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얼어붙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의 상황을 ‘시장 마비’라고 표현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팔려는 자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시장이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수자는 높아진 금리와 대출 규제 때문에 주택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매도자는 정부가 층층이 쌓아 놓은 규제에 손발이 묶였다. 자유로운 거래라는 시장 본래의 기능이 정지됐으니 작금의 상황을 ‘마비’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시장이 ‘안정’됐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정부 관료와 여당 소속 정치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시장 하향 안정세”라고 했다. 지난해 말에도 “주택 시장의 안정화 흐름”을 강조하며 “가계 부채 관리 강화”를 그 배경으로 꼽았다. 매달 전국 아파트의 하락 거래 비중 보도 자료를 내는 어느 여당 의원은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세가 확고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살 수 없고, 팔고 싶은 사람이 팔지 못하는 시장을 안정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

부동산 정책의 본질은 국민의 주거 복지 향상이다. 무주택자는 평생 소득을 바탕으로 대출을 받아 사고 싶은 집을 자유롭게 사고, 1주택자는 더 좋은 지역으로 집을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손발 모두를 묶어 거래와 가격 상승세 모두가 일시 정지한 시장은 마비된 것이지 안정된 것이 아니다. 주거 복지라는 본질의 실현 수단인 가격 안정이 정책의 유일한 목표가 돼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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