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불붙은 반도체 EUV 확보전…인텔은 아일랜드에 배치, 삼성도 수십대 투입[뒷북비즈]

인텔, 유럽車 대상 위탁생산 강화

삼성 14나노 EUV D램 양산 확대

1위 TSMC도 노광기 80대 확보





인텔·TSMC·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굴지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극자외선(EUV)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UV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녹록지 않은 EUV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EUV 장비 및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는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 위에 회로 모양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노광 공정에서 활용되는 빛이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빛보다 파장이 14분의 1가량 짧아 더 미세하고 정확하게 회로 모양을 찍어낼 수 있다. 내로라하는 반도체 회사들이 까다로운 EUV 기술 구현에 앞장서는 이유다.

인텔 아일랜드 팹 엔지니어들이 ASML의 EUV 노광기를 팹 안으로 들이고 있다./사진제공=인텔인텔 아일랜드 팹 엔지니어들이 ASML의 EUV 노광기를 팹 안으로 들이고 있다./사진제공=인텔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인 회사는 미국의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달 말 유럽 반도체 생산 거점인 아일랜드 공장에 처음으로 ASML의 EUV 노광 장비를 들였다. 인텔 측은 “아일랜드에 신규 구축 중인 ‘팹34’에서 인텔 4공정(기존 7나노급 공정)과 EUV를 활용해 내후년에 칩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아일랜드에 첨단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를 맞춤 생산할 계획을 밝힌 만큼 향후 이곳에서 EUV 기술을 기반으로 유럽에서도 칩 위탁 생산(파운드리)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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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EUV 기술 확보 움직임도 상당히 가파르다. 마이크론은 오는 2024년 EUV 기술을 활용한 D램을 양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자사 연구 설비에

ASML의 최신 EUV 노광 장비를 들였다. 특히 최근 회사가 일본 히로시마현에서 EUV 엔지니어를 채용할 것이라는 공고가 괄목할 만하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기존 히로시마 팹 주변에 8조 원을 들여 D램 공장을 신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규 팹을 2024년에 가동할 계획인 점을 미뤄볼 때 현지에 EUV D램 양산 라인이 갖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울러 일본 내에는 ASML이 EUV 장비를 유지·보수할 수 있을 만한 설비가 없다. 향후 일본 정부가 마이크론에 이어 ASML의 현지 투자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도 올해 큰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7나노 이하 공정으로만 매출의 50%를 낸 TSMC는 대만 내 ‘팹18’ ‘팹12’ 등을 중심으로 80대 내외의 EUV 노광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연간 설비투자 사상 최대 금액인 5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TSMC가 EUV 기술 및 장비 확보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지가 반도체 시장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EUV 인프라 확보를 위해 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활용한 파운드리, 14나노 EUV D램 양산 확대를 위해 수십 대의 노광기를 국내 공장에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EUV D램 비율을 4분의 1 이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EUV 노광 장비를 ASML이 세계에서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점 △경쟁사들의 EUV 인프라 투자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하다는 점 등은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향후 수년간 EUV 장비 확보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기술 및 장비 확보 경쟁력을 냉철하게 평가해 시장에 대응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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