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전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건 틀린 생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진영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전직 대통령과 부통령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트럼프는 틀렸다"면서 이같이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4년을 동고동락한 동지였으나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서로 등을 졌다. 이후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고수하다가 이날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펜스 전 부통령은 공화당 진영에서 2024년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와 어제의 동지에서 내일의 맞수로 재회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대통령 자리는 오로지 미국인에게 달렸다"면서 "어떤 한 사람이 미국 대통령을 고를 수 있다는 생각은 미국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가 지난달 "펜스 전 부통령에게는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며 공화당 패배의 원인을 그에게 돌리려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반격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
펜스 전 부통령은 "내게는 대선 결과를 뒤집을 권한이 없다. 대선 당시 많은 분이 느낀 실망을 이해한다"면서도 "우리가 헌법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다면 우리는 선거에서만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대선 불복 후폭풍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해 1월 6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난입해 유혈 폭동을 벌였고, 지금까지도 여론이 분열된 채 여파가 수습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폭동 전날 백악관에서 펜스 전 부통령과 만나 선거 결과를 폐기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의회가 선거인단 투표를 인증하는 1월 6일까지도 지지자들을 향해 "펜스 부통령이 대선 결과 인증을 막을 것"이라고 연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