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서경이 만난 사람] 한정애 장관 "SMR·SFR은 핵폐기물 적어…K택소노미에 포함 검토"

[서경이 만난 사람] 한정애 환경부 장관

차세대 원전 기술개발 속도·경쟁력이 중요…민간 투자 유도 필요

탄소중립, 新무역 장벽 가능성…국내 기업도 'RE100 기반' 요구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 세웠지만 산업부문은 14.5%로 최소화

한정애 환경부 장관. /오승현 기자한정애 환경부 장관. /오승현 기자




“유럽연합(EU)이 원전을 녹색금융으로 분류하는 녹색분류체계가 유럽의회 승인을 거치면 우리도 원전 추가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소듐냉각고속로(SFR) 등 차세대 원전은 개발 속도와 경쟁력이 직결되는 만큼 민간의 투자가 필요하며 이에 보탬이 되는 저리의 녹색채권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정애(사진) 환경부 장관은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원전을 둘러싼 갈등 요소가 폭발적인 만큼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라면서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전을 포함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원전이 배제된 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발표 당시 “1년간 시범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원전 포함과 관련) 국제 동향과 국내 상황을 모두 살피겠다”고 밝혔다. 그 사이 EU는 원자력발전을 친환경 사업에 포함하는 택소노미 규정을 확정했다.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자금·부지 마련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EU 택소노미가 전 세계적인 ‘원전 회귀’ 불길에 기름을 부으며 우리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미래 원전 대해서는 출구전략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원전 회귀 움직임과 이와 맞물린 정부의 ‘원전 세일즈’에 대해 “핵폐기물을 만들어내는 원전을 지구에 계속 짓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많다”면서도 “적어도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 SMR·SFR 개발에 나선 기업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담=김현수 경제부장 hskim@sedaily.com

정부의 잇따른 탄소 중립 비전 발표에도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핵심은 탈원전과 탈탄소가 함께 갈 수 있는지다. 지난 2일(현지 시간) EU집행위원회가 원자력발전 투자를 환경·기후친화적인 지속 가능한 녹색금융으로 분류하면서 탈원전 일변도 정책을 고수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머레이드 맥기니스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며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가 불완전할 수 있지만 기후 중립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가는 진정한 해결책”이라며 “녹색분류에 포함되기 위한 조건을 엄격하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면 중동·동유럽 원전 수주를 두고 경쟁 중인 프랑스와 비교해 불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가 EU 택소노미에 따라 저리로 건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반면 우리는 비교적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이에 “해외 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현지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원전 수출 프로젝트의 저리 자금 조달에 있어 K택소노미의 원자력 포함 여부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한 장관은 K택소노미가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보완할 점이 많다면서도 탄소 중립의 마중물 역할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블루수소 등 개발 초기 단계의 탄소 중립 기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K택소노미 초안에서 빠졌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최종안에 포함된 것도 한 장관의 역할이 컸다. 한 장관은 “아무리 탄소를 직접 발생시키는 화력발전이라도 탄소 중립의 필수 기술인 CCUS를 활용하는 방법은 전환 과정에서 필요하다”며 “올해 말 수정안을 발표한 뒤에도 탄소 중립 관련 신기술이 계속 나올 만큼 3년 주기로 K택소노미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K택소노미로 탄소 중립 관련 스타트업의 투자도 원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장관은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구조 전환 등 탄소 중립 추진 기업은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받고 그리니엄(그린과 프리미엄의 합성어로 녹색채권의 금리가 일반 채권보다 0.1~0.2%포인트 저리로 형성되는 현상)과 같은 금융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K택소노미로 녹색금융이 활성화돼 분류체계 적합성 평가, 녹색채권 외부 검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대응 등 환경·금융 분야의 전문 일자리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오승현 기자한정애 환경부 장관. /오승현 기자



하지만 산업계는 탄소 중립이 신(新)무역 장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서방이 환경을 중국의 약한 고리로 보고 집중 타격하는데 엉뚱하게 우리나라가 불똥을 맞는다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국내 산업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높은 목표치를 국제사회에 덜컥 발표한 데 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27.8%로 미국(11%), EU(16.4%)보다 월등히 높다. 철강·석유화학 등 이산화탄소 다배출 업종 비중도 8.4%로 미국(3.7%), EU(5%)의 두 배에 달한다. 여기에 감축 목표도 급격히 상향됐다. 당초 2018년 대비 26.3% 감축이었지만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하면서 목표를 40% 이상으로 높였다. 한 장관은 이 같은 우려에 “탄소 중립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정부가 미적거린다면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구글이 RE100(재생에너지로 100% 전력 조달)을 선언하고 EU·미국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만큼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낙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등 몇몇 기업이 국내에 RE100 기반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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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은 또 NDC를 결정하며 국내 산업구조를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책임지는 전환 부문과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무공해차 활용 수송 부문, 건설업이 활발한 국내 특성을 고려한 건물 부문의 감축 목표를 40% 내외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NDC에 따르면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는 14.5%인 반면 전환 부문은 44.4%, 건물 부문 32.8%, 수송 부문 37.8%다.

하지만 급격한 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에너지믹스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6.6%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1.6%에 크게 못 미치며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5.6%에서 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런데 NDC에 따르면 이를 2030년까지 30.2%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한 장관은 “아직 기반이 부족한 만큼 국가 주도로 자원을 투입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야 했다”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나라도 초기에는 국가가 주도로 태양광·풍력발전을 보급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재생에너지 보급의 핵심 키로 ‘계통망’을 꼽았다.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계통망 사업에 민간 참여를 허용하고 K택소노미에 포함해 투자를 유치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한 장관은 “차기 정부에서 가장 크게 고민해야 할 부문이 민간의 계통망 사업 참여”라며 “민간이 참여하고 K택소노미로 녹색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해준다면 계통망 구축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 중립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친환경차 전환이다.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하늘색 번호판을 단 차량을 찾기가 어렵지 않게 됐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감면이 줄어들고 전기차 역시 보조금이 최대 8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축소되는 등 정책과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도 오는 7월 일몰돼 폐지될 예정이다.

한 장관은 중기재정계획이 NDC 발표 전 만들어졌던 만큼 보조금 지급 계획 역시 상향된 NDC에 맞춰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 장관은 “승용차의 경우 친환경차가 잔고장이 적고 연료비가 훨씬 적게 드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택시·트럭 등 상용차”라며 “대선 후 새 정부가 구성되면 인수위에 상용차의 공격적인 친환경차 전환을 위해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4대강 보는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해 현 정부까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부는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보를 개방했지만 환경 단체는 더 나아가 보를 허물어야 한다고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한 장관은 “4대강 보는 길게 봐야 한다”며 “보에 축적된 물을 활용해 수막 재배하는 농민 등 보에 찬 물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어 “보가 낡고 위험성이 커져서 보를 다시 설치하거나 철거할지 결정하는 시점까지 수생태계 변화 등을 장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물관리가 환경부에 일원화됐다고 하더라도 단칼에 뭔가를 뚝딱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며 모두가 공감하는 방안을 도출해낼 만큼 환경부를 믿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나치게 높은 수위에 있는 취수구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의 의의 중 하나가 강의 수위를 필요에 따라 조정하는 것인데 취수구 위치가 애매해 홍수나 가뭄 대응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취수구 정리를 2027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정애 장관 She is…

△1965년 충북 단양 △부산 해운대여고 △부산대 환경공학과 △부산대 환경대학원 환경공학 석사 수료 △영국 노팅엄대 산업공학 박사 △2005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노동조합위원장 △2011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 △2012년 19대 국회의원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2016년 20대 국회의원 △2016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간사 △2020년 21대 국회의원 △2020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2021년 환경부 장관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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