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허핀달-허시먼지수

◆정민정 논설위원






2012년 7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지분 65.25%를 인수하기로 결정하자 시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 심사 과정에서 허핀달-허시먼지수(HHI) 제한에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기 때문이었다. 같은 해 10월 공정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를 승인함으로써 롯데하이마트가 출범했다.

관련기사



허핀달-허시먼지수는 시장의 집중도를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다. 독일 출신 경제학자 알버트 오토 허시먼과 미국 경제학자 오리스 클레멘스 허핀달이 각각 제시한 아이디어가 유사하다고 해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 1915년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허시먼은 본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으로 건너간 허시먼은 미 육군 전략서비스국에서 근무했으며 종전 후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서유럽·영연방 국장으로 일했다. 이후 예일대·컬럼비아대·하버드대 등에서 경제학을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허시먼은 1945년 시장 집중도를 계산하는 지표를 처음 제시했다. 이어 허핀달이 1950년 철강 산업에 대해 쓴 박사 논문에서 해당 개념을 확장시키면서 지금의 HHI가 탄생했다. 미국 법무부와 연준 등이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HHI를 활용하고 있으며 공정위도 2007년부터 도입해 쓰고 있다.

최근 일본의 전체 수입에서 중국의 비중은 23.3%로 미국·독일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일본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HHI를 적용하면 915개 품목이 중국에 과잉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재편을 골자로 하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수입품 중 중국산 비중이 80%를 웃도는 품목이 1850개에 달한다.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차이나 리스크’가 몰려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중국 일변도의 산업 공급망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기술 초격차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수출·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민관이 적극 협력해야 할 때다.

정민정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