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공정위 '플랫폼' 월권…과기부·국회 반발

온라인플랫폼 서비스·사업자 규정

법 위임 없어 입법권 침해 지적

금융위와는 전금법과 중복 놓고 이견

사회적합의·소관부처 확정도 안돼

원칙만 강조 '반경쟁 정책' 갈등 불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 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 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플랫폼 심사 지침에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동을 걸었다. 여야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을 논의하는 와중에 공정위가 단독으로 심사 지침을 예고하자 ‘입법권 침해’라는 반발이 국회에서 일고 있다.



8일 국회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과기부는 공정위의 심사 지침 주요 내용에 대한 우려 의견을 최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 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적용된다. ★본지 2월 4일자 8면, 2월 8일자 2면 참조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과기부는 공정위의 심사 지침과 온플법이 온라인 플랫폼의 개념을 다르게 정의하는 점을 고려해 통일된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 심사 지침은 중개 거래 목적의 플랫폼 외에 검색 엔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 교환 플랫폼을 포괄하고 총매출액이나 판매 금액 등의 기준이 없어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우려도 표했다. 특히 공정위가 단독으로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과기부는 심사 지침 적용 대상자를 ‘과기부와 협의하여 정하는 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국회에서는 공정위의 플랫폼 심사 지침 제정이 온플법의 입법 절차를 우회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소관 부처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권 침해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교차 네트워크 효과’ 등이 법에 규정되지 않은 채 심사 지침에서 먼저 이를 정의하고 규율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 입법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원칙적으로 사업자가 속한 업종에 관계없이 규제하는데 심사 지침은 법의 특별한 위임도 없이 임의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라는 사업자군에 한정해 규율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위 심결 사례 등을 정리한 것일 뿐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정거래법 적용 시 참고할 가이드라인이라 입법권 침해와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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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을 두고 한동안 방송통신위원회와 씨름을 벌였던 공정위는 최근 금융위원회와도 부딪히고 있다. 공정위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중 36조 ‘우월적 지위 남용 금지’ 부분이 온플법 제9조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와 중복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두 조항 모두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떠넘기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중복된다는 게 공정위 측의 주장이다.

반면 금융위는 전금법이 전자금융업자들의 금융거래 행위를 다룬 법인 만큼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미 전금법이 윤관석 민주당 의원안에 이어 두 번째 발의되는 만큼 추가로 법안 수정도 쉽지 않다. 금융 당국은 “조항이 상반되는 것도 아니고 중복되는 것”이라며 “각 업권법에 관련 조항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공정위의 무소불위식 반경쟁 정책은 산업 진흥 부처와의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해운 담합 제재를 놓고 해양수산부는 “해운업의 생리를 모르는 무리한 제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달 공정위는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국내외 해운사에 과징금 962억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이후 공정위 주장을 반박하는 17쪽의 보도 설명 자료를 배포한 데 이어 공정위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해운법 개정안(위성곤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한~중 항로, 한~일 항로 담합 사건에 대한 추가 제재를 앞두고 있다.

산업은행은 공정위가 국내 산업 경쟁력 재편에 비협조적이라며 날을 세웠다. 산은이 추진 중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이 대표적이다. 산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 계획을 공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공정위를 향해 “섭섭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도 “유럽연합(EU)에서 빅테크를 규제하려고 했더니 미국(정부)은 EU에 자국 기업을 위한 반론을 해줬다”며 “우리 경쟁 당국에 적극적인 도움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수장인 조성욱 위원장의 입장은 명백하다. 부처 간 입장이 달라도 공정위의 조치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해운 담합 브리핑에서 “공정거래법이 아닌 타 법에서 허용,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공동행위라 하더라도 그 내용상, 그리고 그 절차상에 있어서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그런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서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는 것을 저희가 대내외적으로 알린 사건이라는 점에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세종=박효정 기자·박진용 기자·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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