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본대출·이자 제한… '묻지마 금융공약'에 떠는 은행권

금융업을 서민 지원 도구로 인식

장기적 금융사 경쟁력 약화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서울시의회 앞마당에서 열린 대구지하철 참사 19주기 추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서울시의회 앞마당에서 열린 대구지하철 참사 19주기 추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금융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모두 시장 원리와 동떨어진 금융 산업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9일 “문재인 정부는 금융 산업을 다른 산업이나 서민을 돕기 위한 도구 정도로 여기고 금융 서비스도 공짜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공약은 이 후보가 내세운 일명 ‘기본대출’이다. 기본대출은 신용 등급과 무관하게 1000만 원 정도의 금액을 무담보·저금리로 장기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공약에는 ‘약자가 고금리를 물고 부자가 저금리를 무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이 후보의 평소 신념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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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저신용자에게 흘러들어간 여신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기본대출을 추진하면서 ‘은행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원리금 상환을 도(道) 정부가 100% 보증하기 때문에 은행은 손실 위험이 없고, 또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인데 무엇이 부담이냐”며 은행들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기본대출이 어떻게 짜일지 모르지만 은행으로서는 여신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는 등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본대출이 국민 100만 명에게만 제공된다고 가정해도 여신 총액은 10조 원에 이른다.

여당이 추진하는 이자제한법도 금융권에는 부담이다. 이 후보는 현재 연 20%인 최고 금리를 11.3~15.0% 수준까지 낮추는 게 적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이 없다면 국가가 최후의 대부 업체가 돼야 한다는 게 이 후보 측 대출 공약의 뼈대다. 그러나 국가가 잠재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을 무한히 대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결국 저신용자들의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대출 최고 금리가 지난 2014년 34.9%에서 지난해 20.0%까지 내려가는 동안 대부업 이용자 수는 약 268만 명에서 123만 명으로 급감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줄어서가 아니라 불법 사채 등 비(非)제도권 시장으로 밀려난 사람이 늘어났을 것으로 금융권은 추산하고 있다.

세종=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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